현장은 생생하지만 남북전쟁은 이해하기 힘든 전쟁이다. 노예제를 둘러싼 북부와 남부의 갈등이 주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노예제 폐지론이 순수한 인도주의적 열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수한 박애정신과 인도주의, 국가주의, 지역주의, 집단이기주의, 개인의 경제적 이해관계, 정당 간의 정쟁, 산업화를 둘러싼 갈등 등 다양한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노예 폐지론자들은 노예제도가 궁극적으로는 백인과 국가 전체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링컨은 노예제는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타락시켜 결국에는 가난한 백인들의 인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링컨보다 반세기 전에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매디슨은 노예제도가 백인들의 마음을 타락시켰고, 흑인과 백인 가족을 파괴했으며, 심지어 노예제로 인해 가혹해진 인간의 심성은 동물학대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디슨도 자기 노예를 해방하지는 않았다. 정치인들은 자신과 지역의 이해를 위해 선동하고 지역갈등을 부추겼다. 결국 전쟁이 터졌고, 미국은 피의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또 잊어간다. 아니, 100년을 기억했으면 오래 기억한 것일까?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