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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비정규직-여성 직격탄… “과거보다 불평등한 경기침체”

입력 | 2020-11-24 03:00:00

[코로나가 할퀸 삶]<1>무너지는 부(富)의 사다리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자리를 할퀴고 지나가면 무료급식소(푸드뱅크)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이 생겨난다. 16일 미국 뉴욕시 퀸스의 한 푸드뱅크.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한숨만 나옵니다. 이번 달 월세는 또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프랑스 파리 중심가인 마레지구에서 30년째 갤러리를 운영하는 60대 파스칼 가베르 씨의 수입은 수개월째 ‘0유로’, 즉 제로에 가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월 초 유럽을 강타하기 전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판매하면서 적잖은 수익을 올렸다.

코로나19가 가베르 씨의 삶을 바꿨다. 도시에 전면 봉쇄령이 내려지고 준비해 온 전시와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그는 “지하 1층, 지상 1층 전시관의 임차료만 한 달에 6000유로(약 789만 원) 이상 든다. 수입이 없다 보니 임차료는 물론이고 소소한 생활비마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음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 사람들과의 만남이 필요하지 않은 언택트 업종들은 빠르게 회복되거나 오히려 수혜를 입은 반면 자영업자, 비정규직, 여성 등 경제적으로 ‘약한 고리’는 깊은 내상을 입고 있다.


○ 소득 피라미드 하층에 더 큰 ‘타격’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호텔 청소 직원으로 일했던 아프리카계 싱글맘 스미스 씨(34)는 3월 일자리를 잃었다. 수십 곳에 이력서를 보냈는데 오라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매주 100달러의 실업급여를 받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전기요금이 밀려서 언제 전기가 끊길지 알 수 없어 걱정하는 형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9월 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백인 여성 중 60% 이상이 일자리를 다시 구한 반면, 흑인 여성은 34%만 재취업했다. 이 비율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경우 55%, 고졸 이하 저학력자는 40%를 밑돌았다. 비(非)백인, 여성, 저학력자일수록 코로나19의 타격을 더 심하게 받았다는 뜻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월가 금융인이나 고학력 화이트칼라 등 고소득자들의 실직도 상당히 많았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예전보다 훨씬 불평등한 경기침체가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에 크게 타격을 받은 업종은 주로 여성, 마이너리티, 저소득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업종”이라고 WP에 말했다.

일본에서도 여성, 편모 가정, 비정규직 사원, 중소기업 등 ‘약한 고리’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는 올해 1분기(1∼3월)에 51만 명, 2분기(4∼6월) 30만 명, 3분기(7∼9월)에 45만 명 늘었다. 반면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 폭은 2분기 88만 명, 3분기 125만 명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 깊어지는 경제력 격차의 골
고용한파로 소득 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산시장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도 코로나 격차를 심화시킨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대규모 자금을 풀면서 실물경제는 냉골인데 세계 각국에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미 S&P500지수는 연초 대비 9% 이상 뛴 상태다. 10월 미 전체 주택의 중간 가격은 31만3000달러로 작년 10월(27만1100달러)보다 15.5% 올랐다.

이 틈에 부를 불리는 이들도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전문 투자가인 우웨이즈(吳偉志·32) 씨는 연초부터 비트코인과 주식 투자로 약 10%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6월 선전에 186만2400위안(약 3억1370만 원)짜리 아파트도 매입했다. 아파트 가격은 그가 매입한 뒤로도 계속 오름세다.

프랑스 파리의 투자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스테판 씨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에 대비해 세밀한 투자 컨설팅을 요구하는 고객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그의 한 달 수입은 1만5000유로(약 2000만 원)에 이른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 파리=김윤종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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