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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출산 후 사망한 아기를 화장실 서랍에 넣어둔 20대 여성에 대해 재판부가 ‘고의가 아니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 정계선 황순교 부장판사)는 사체유기혐의로 기소된 A 씨(25)에게 전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체를 유기한다는 생각보다는 단순히 상황을 모면 또는 연기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인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7월 복부팽만 증세로 한의원을 찾았으나 변비 진단을 받았고, 두 달 뒤인 9월 다시 복통으로 내과를 방문하면서 임신 진단을 받은 것이다.
A 씨는 임신을 알게된 지 일주일 만에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36주 된 아이를 홀로 출산했으나 아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 씨는 투명에어캡 등으로 태아를 감싸 세면대 서랍 안에 넣고 방치했다.
출산 과정에서 다량의 피를 흘린 A 씨는 가족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어 출근을 강행했으나, 고열 및 출혈 증세가 지속되자 어머니와 함께 내과를 찾았다. 이후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임신 사실이 들통나자 A 씨는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A 씨의 어머니는 다음 날 아침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재판부는 “홀로 출산의 고통을 겪고 배출된 태아가 사망한 사실까지 확인한 후 사건 당시 극도의 당혹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량의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사태(죽은 태아)를 화장실 서랍에 넣어두는 행위만을 하였을 뿐 가족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기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사태가 방치된 시간이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며 “피고인의 유기 고의를 추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