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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야?” 현지인도 놀라는 국내의 이국적인 식당들

입력 | 2020-11-24 15:35:00


베트남 중부 다낭에서 남쪽으로 30km떨어진 항구도시 호이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시가지의 노란색 전통가옥으로 유명하다. 밤이 되면 상점마다 각양각색의 등불이 켜지며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다. “호이안은 강화도 같은 개항지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의 영향을 가장 빨리, 직접적으로 받았어요. 옻칠한 나무 바닥은 호이안 전통이지만 바닥 타일은 프랑스, 천장은 청나라식이고 창살은 일본풍으로 혼합돼 재미있죠.”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베트남 식당 ‘반미프엉’에서 김종범 사장은 호이안의 알록달록한 둥근 등이 달린 이국적인 내부 인테리어를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은 ‘서울 안의 작은 호이안’이다. 3층 건물 안팎을 호이안 전통가옥 형태 그대로를 본따 만든 덕에 인력거가 놓인 건물 앞에 서는 순간 마치 호이안 구도심 한복판으로 공간 이동한 것 같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후 서울 거주 베트남인 사이에선 인증사진을 찍고 “베트남에 돌아왔다”고 올리면 현지 지인들까지 속는다며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힘들어졌지만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충실하게 현지 식으로 재현한 이국적인 식당에서라면 얼마든지 여행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반미프엉은 베트남 ‘3대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집’으로 꼽히는 호이안의 반미프엉에서 직접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2년여의 설득 끝에 프엉 사장이 직접 와서 삭힌 두부, 샬롯(베트남 양파) 같이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의 대체제를 찾아줬다.

프랑스 식민 지배시절 영향으로 바게트에 현지 식재료를 채워 넣어 만드는 반미는 쌀가루가 들어가서 바삭바삭한 빵이 핵심. 매일 쓸 빵을 직접 굽는다. 지역에 따라 반미 맛이 다른데 중부지방은 매콤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겉은 바삭하지만 부드럽고 쫀득한 빵에 팔각, 청향, 카다몬 등 이국적 향에 매콤한 칠리소스가 어우러진 한 입을 베어 물면 긴 여행의 한 끼처럼 느껴진다.

하와이 음식점, 필리핀 디저트 가게 등이 즐비한 망리단길(서울 중랑국 망원동)의 ‘라오삐약’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라오스 음식 전문점이다. 라오스 글자 간판에 통창(窓)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현지 분위기를 낸다. 내부는 라탄 실링팬(ceiling pan)과 전통 등으로 꾸며져 있다.

“라오스는 지리적으로 서쪽에 태국, 동쪽에 베트남이 있다보니 음식이 완전히 다르진 않아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는 쌀국수와 달리 우동과 쫄면 사이의 식감을 가진 ‘까오삐약’(닭쌀국수)처럼 라오스만의 특색 있는 음식도 많습니다.”

대학 동문인 정효열 씨와 함께 식당을 하는 원성훈 씨는 “쌀가루로 매일 직접 라오스 식 쌀국수면을 만든다”고 말했다. 라오스 음식은 고수 바질 민트 레몬그라스 등 향신채를 많이 넣어 허브향이 강하고 메콩강을 낀 내륙지방이다 보니 민물고기를 담근 젓갈도 많이 쓴다. 라오삐약에서도 이런 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여행 갔다 라오스 음식에 반해 한 달씩, 6개월에 걸쳐 현지의 맛있는 집을 다 찾아 다녔고, 라오스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오픈 주방에 식기류와 조명 모두 현지에서 공수했다.

고수를 듬뿍 넣은 까오쏘이(돼지고기 쌀국수)는 매콤하면서 감칠맛을 내는 국수다. 아이스티에 연유와 태국에서 농축한 우유로 제조한 달달한 라오스 식 아이스티와 찰떡궁합이다.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재료 때문에 육수 등의 맛이 현지와 다른 부분은 셰프 출신인 라오스 대사의 부인에게 전수받아 업그레이드했다.

태국음식은 한국에서 많이 대중화했지만 이태원 ‘쏭타이’는 태국의 유명 맥주 ‘타이거’가 진열된 테라스와 현지어로 제작된 대형 간판, 천연색 컬러에 자연친화적 식물까지 방콕 느낌을 물씬 풍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태원의 작은 카오산’이라고 불리지만, 방콕에 즐비한 부티크호텔 레스토랑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도 난다. 조근형 매니저는 “인테리어부터 음식까지 주로 방콕의 질 높은 호텔 음식을 참고로 했다”고 한다. 방송인 홍석천 씨가 운영한 ‘마이타이’ 등에서 함께 일한 이들이 독립해 선보인 이곳은 대부분 메뉴를 비건(채식주의자)식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콩 단백’ 고기와 야채류를 사용한 비건 팟타이, 두유와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마카롱.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태국음식을 비건 식으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