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활자금 대출,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이 이어지면서 가계 빚이 또 사상 최대규모로 부풀어 올랐다. 특히 3분기(7~9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22조 원 넘게 증가하며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3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9월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0% 증가했다. 이는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최대규모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에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더한 ‘가계부채’를 말한다.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가계신용은 3분기(7~9월) 중 44조9000억 원이 늘어났는데 이는 2분기 증가폭(25조8000억 원)의 1.7배, 전년 동기(15조8000억 원)의 2.8배에 이르는 규모다. 2016년 4분기(46조10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2016년 당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돼 대출이 늘어났던 국면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대출 규제가 바짝 조여지고 있는 와중에도 가계신용 증가세가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액(22조1000억 원)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7조4000억 원)을 제친 ‘이상현상’도 이 같은 주택매수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 규제로 주담대가 막히자 주택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하면서 기타대출까지 급증한 것이다.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도 신용대출 확대에 한몫했다.
최근 정부는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미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1억 원 초과 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에 나섰다. 30일부터는 1억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뒤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이 회수되는 조치도 시행된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4분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한다”라며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주식거래 자금수요가 있어서 대출이 증가세이다. 증가속도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