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의 특종 기자 칼 번스타인이 사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공화당 상원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공화당이 발칵 뒤집혔다. 21명은 현재 공화당 전체 상원의원(53명)의 약 40%에 이르는 숫자다.
번스타인은 22일 트위터에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멸을 표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이라며 롭 포트먼, 척 그래슬리, 토드 영 등 상원의원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이들 명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지명을 확정하는 올해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에 나섰던 팀 스콧 의원도 포함됐다.
번스타인은 이들 상원의원이 사적인 자리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고 그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 기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번스타인은 동료 의원과 보좌진, 로비스트 등을 만나며 이들의 ‘은밀한 감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명단에 등장한 일부 의원은 ‘공개적으로 할말을 했다’며 번스타인의 주장을 부인했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의 대변인은 “그래슬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이지만 대통령에 반대하는 것에도 침묵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그래슬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 멕시코 관세 부과나 급여세 유예 조치 등을 비판했다.
토드 영 상원의원 측은 “영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하게 협력해왔고, 인디애나주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여러 번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영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대 이란 전쟁 제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 측은 “번스타인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경멸하는) 얘기를 한 적 없으며, 그가 어디에서 이런 거짓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거나 대통령과 거리를 둬 온 밋 롬니, 수전 콜린스, 러마 알렉산더, 벤 새스, 마코 루비오 의원 등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이보다 더 나쁘고 비민주적인 현역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했던 밋 롬니 의원 측은 “롬니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