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에서 배제하는 명령을 내렸다. 법무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의 직무배제를 명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혐의 6가지를 조목조목 열거했는데 그 내용들이 이미 알려졌던 내용들을 중대한 비리처럼 규정하거나 추 장관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해온 것을 얼기설기 엮은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중앙일보 사주를 만나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다 알려져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내용이다. 만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중요한데 아무런 설명이 없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조국 사건 및 울산 시장 사건 재판부 등을 불법사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어느 재판부에 할당되는지 주시하는 것을 두고 사찰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했다는 주장도 당시 언론과 국민이 다 지켜봤던 내용들이다. 결국 팩트로 남을 수 있는 징계 혐의는 지난주 윤 총장의 감찰 조사 불응뿐인데 지난주 법무부 감찰관도 모르게 평검사급을 보내 총장을 대면감찰하려다 불발에 그친 과정을 국민이 다 기억하고 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을 위법 부당한 조치로 규정하고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징계위는 법무장관의 전적인 영향력 아래 있다. 징계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직무배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은 징계를 이유로 윤 총장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도 있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추 장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일제히 거뒀다. 청와대에서 추 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밀어내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 지시로 몰아낸 뒤 윤 총장을 앉히더니 이번에는 법무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정권 보호와 사정기관 장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니 초유의 무리수가 거듭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