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미래주거추진단장(왼쪽)이 24일 서울 구로구의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혜령 정치부 기자
24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공공임대주택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미래주거추진단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현황보고를 받고 “대학생, 청년, 고령자들이 잘 혼합돼서 어른들과 함께 사는 재미를 느끼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을 두고 “내가 사는 아파트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지 나흘 만에 이번엔 ‘소셜믹스(social mix)’를 강조하며 ‘공공임대 예찬론’을 이어간 것이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도 “웬만한 오피스텔보다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당청의 잇따른 부동산 실언으로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이 부동산 난맥상의 해법이라는 민주당의 믿음은 굳건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서울 은평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준중형 규모(57m²)에 방이 세 개 있어 자녀가 많은 가정도 거주할 수 있다”며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이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도시공간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까지 선진국처럼 올려가는 것이 부동산 문제의 중요한 해법”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당청은 교통, 교육시설,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우선 확충하겠다고 약속하며 공공임대주택이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진행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나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속도를 감안하면 ‘아파트만큼 살기 좋은 공공임대주택’이 쉽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임대주택이 당청의 주장대로 부동산 시장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점은 8·4부동산대책 직후 민주당이 스스로 확인시켜 준 바 있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하겠다며 서울 시내 유휴부지에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밝히자 민주당 내 해당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집단 반발한 것이 불과 석 달여 전이다.
물론 공공임대주택 확충이 주거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태도를 이어가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아니다.
최혜령 정치부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