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직무배제]秋 “감찰결과 보고받고 충격”… 尹 “그동안 한점 부끄럼 없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이 24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위법 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윤 총장(오른쪽 사진)이 추 장관 발표 뒤 차량을 타고 퇴근하는 모습. 뉴스1 /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윤석열 검찰총장)
윤 총장의 여러 의혹에 대해 법무부 감찰을 지시해온 추 장관은 24일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인사권과 수사지휘권 박탈, 감찰 등으로 윤 총장을 압박해도 윤 총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강제 퇴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6가지 징계 사유를 열거한 추 장관은 법무부징계위원회를 통해 윤 총장 해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윤 총장은 “위법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분명히 밝혀 당분간 양측의 벼랑 끝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秋 “윤 총장 비위 혐의 심각”…징계사유 공개
추 장관은 약 15분 동안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를 매우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징계위원회 전에 징계 사유를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징계 사유에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2월부터 최근까지 윤 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우선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2018년 11월 사건 관계인인 JTBC의 실질사주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난 것부터 출발한다. 사건 관계인을 만난 것이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라는 것이 추 장관의 주장이다. 나머지 5가지는 올 1월 추 장관 취임 이후 윤 총장이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발생했던 일들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올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통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불법 사찰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주요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담긴 보고서를 윤 총장이 보고받자 대검 반부패강력부로 넘기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판사들에 대한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한 것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 추 장관의 판단이다. 또 올봄엔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감찰을 진행하는 것을 윤 총장이 사실상 가로막아 직무상 의무를 저버렸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한 감찰부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감찰하려 하자 윤 총장이 휴가 중에 이를 외부에 유출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이를 능동적으로 제지하지 않아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16일부터 19일까지 법무부 감찰관실의 대면 감찰을 윤 총장이 사실상 거부해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마지막 근거가 됐다.
추 장관은 기자회견 도중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 “지휘감독권을 남용” “위엄과 신뢰를 상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추 장관은 “제도와 법령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면서 검찰개혁을 위해 윤 총장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 尹 “한 점 부끄럼 없이 임무 수행”…조목조목 반박
윤 총장은 추 장관의 기자회견 직후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사로서 검찰총장 임무를 수행했다. 위법 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대검에선 추 장관이 발표한 내용들이 형사사건의 경우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신청을 배척하는 각하 처분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검 측은 “홍 회장을 만난 것은 지인 전화를 받고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만났을 뿐이고, 홍 회장은 대주주일 뿐 사건 관계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모임 직후 당시 상급자인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고도 했다. 재판부 사찰에 대해서도 대검 측은 “인터넷과 법조인대관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재판부에 대한 참고자료를 반부패강력부에 보내 공소 유지를 도운 것”이라며 “사찰이라는 것은 심한 비약”이라고 했다. 또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와 관련해 인권 침해 의혹이 나온 사안이라 서울중앙지검 인권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일 뿐”이라며 감찰을 가로막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법무부 감찰 결과에 대해서도 대검 측은 “어떤 경로로 유출했다는 것인지 법무부가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총장과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또 윤 총장의 정치 행보에 관해선 “윤 총장은 정치를 하겠다고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감찰을 거부했다는 추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오히려 감찰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 총장은 “법대로 하면 된다. 걱정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한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근거로 제시한 것들이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윤 총장을 조사하지 않은 채 마치 사안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법무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발표한 내용이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 안팎에선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등이 급진전되자 추 장관이 직무배제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고도예·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