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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尹 직무배제’ 사전보고 받고 침묵… 여권 “암묵적 승인”

입력 | 2020-11-25 03:00:00

[윤석열 직무배제]
靑, 秋장관 브리핑뒤 50분만에 “보고 받았고 별도 언급 없었다”
입장문 발표해 사실상 秋 손들어줘… 일각선 “文, 후임총장 임명할수도”
靑관계자 “당분간 여론 지켜볼듯”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속 불켜진 대검 청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직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24일 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사무실에 불이 밝혀져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청와대는 발표 50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동안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에 거리를 두던 것과 달리 추 장관의 발표가 이미 문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된 뒤 이뤄졌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사실상 윤 총장의 직무 배제가 문 대통령의 암묵적 승인을 거친 것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셈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메시지”라고 했다. 청와대가 추 장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낸 것 자체가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의미다.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을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도 “현재 상황에서 수사 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제 결정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줄곧 갈등 수위를 높여 왔던 윤 총장의 거취를 정리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추 장관이 발표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이 윤 총장 거취 결정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감찰에서 윤 총장의 비위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재판부 사찰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며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면 윤 총장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 산하 검사 징계위원회 결정에 따라 문 대통령이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하며 윤 총장 해임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자신이 임명한 윤 총장을 바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징계 절차와 국민 여론을 지켜본 뒤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선 윤 총장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난감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 장관의 초강수에 오히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굳이 손에 피를 묻혀 가며 해임했다간 오히려 윤 총장의 무게감을 키워줄 수 있다”며 “가만히 있어도 힘이 빠지는 수순이었는데 추 장관이 너무 세게 나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검찰 개혁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여론의 반감이 커질 경우 공수처법 개정 강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오히려 지지층 결집으로 공수처 설치에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의 반발에도 이번 사안이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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