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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배의 태평양 횡단, 내게도 꿈이 되었다”

입력 | 2020-11-25 03:00:00

본보 100주년 ‘동감_백년인연’
이재웅-노영문 ‘파랑새호 커플’, 1980년 무동력 태평양 횡단
그해 태어난 최준호씨 “기사 전율”, 2014년 ‘노 저어 대양 횡단’ 도전
3人, 40년 세월 넘어 꿈 주고받아



최준호 터치컴퍼니 대표, 이재웅 씨, 노영문 알오에이치산업 대표(왼쪽부터)가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박물관의 파랑새호 요트 사진 앞에서 ‘동아백년 파랑새’를 들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0년 만에 여기 다시 들어와 보네. 그때 우리가 여기서 김상만 회장님께 ‘나라에 엄청 큰 공을 세웠다’고 축하 인사를 받지 않았나.”

이재웅 씨(68)는 24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 있는 옛 동아일보 회장실을 둘러본 뒤 서울 보성중-신일고 동기인 노영문 알오에이치산업 대표(68)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1980년 울산에서 ‘파랑새호’를 타고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머리나델레이 해안에 도착하면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 무동력 횡단 기록을 세웠던 주인공이다.

이날 이들 옆에는 최준호 터치컴퍼니 대표(40)가 있었다. 최 대표는 동아일보가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으로 파랑새호 태평양 횡단 성공 소식을 전한 1980년 8월 7일에 태어났다. 2014년 초 문득 ‘내가 태어난 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해 옛날 신문을 찾아본 그는 이 소식을 접한 뒤 ‘나도 태평양을 건너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해 직접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너는 ‘오션 로잉’ 방식으로 태평양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최 대표는 “기사를 처음 보고 전율을 느꼈다. 드디어 뵙게 돼 영광이다. 두 분께서 바다를 꿈꾸셨던 덕분에 바다의 ‘바’자도 몰랐던 저도 바다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동아일보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동감_백년인연’ 행사 일환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임채청 부사장이 동아일보 대표로 이들에게 태평양 횡단 당시 장면을 담은 사진첩과 ‘The First Korean Yachtman To Cross The Pacific Ocean(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한 한국인 요트맨)’이라고 쓴 티셔츠, 그리고 창간 100주년 기념 오브제인 ‘동아백년 파랑새’를 선물로 전달했다.

공교롭게도 두 인생 선배가 40년 전 태평양을 건널 때 탔던 배 이름은 파랑새호였다. 임 부사장이 배 이름을 파랑새라고 지은 이유를 묻자 노 대표는 “농민과 노동자 모두 열심히 땀 흘린 만큼 가져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동학혁명’에서 따와 이런 이름을 달았다. 배 진수식도 원래 (4·19혁명 기념일인) 4월 19일에 열려고 했는데 날씨 때문에 미루다가 결국 못 했다”고 말했다.

같은 꿈을 꾼 사람끼리는 잠시의 만남에도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게 마련. 3시간 정도 걸린 자리가 끝나고 각자 돌아가는 길에 노 대표가 아들뻘인 최 대표를 불러 세웠다. “배를 한 대 주고 싶은데 혹시 집에 자리 있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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