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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4형제가 돌려 입은 배냇저고리…국립민속박물관 ‘기증자료전’

입력 | 2020-11-25 08:57:00

도경재씨가 기증한 배냇저고리.(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뉴스1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오는 2021년 10월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재 박물관 상설전시3관 기증전시실에서 지난해 기증받은 자료 90건을 소개하는 전시 ‘기억의 공유, 2020년 기증자료전’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기증품에 담긴 사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일상을 함께 하고’에는 사람의 성장, 살림살이 등 일상과 관련된 자료가 모였다. 그 중 도경재 기증 ‘배냇저고리’는 ‘4형제가 함께 입은 배냇저고리’로 특별하다.

1954년 서울시 성북구 명륜동에서 살림을 시작한 기증자의 어머니(채옥순)는 큰아들 출산을 준비하며 정성껏 손바느질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물자가 귀하던 시절, 둘째 아들(1959년생), 셋째 아들(1962년생), 막내아들(1966년생)까지 4형제 모두가 이 배냇저고리를 돌려 입는 동안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배냇저고리에는 4형제의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다.

2부 ‘즐거움을 나누고’에는 지친 일상을 일으켜 줄 운동과 관련된 자료가 모였다. 특히 이종철 기증 ‘태권도 도복’에는 젊은 날의 우정과 정직한 땀이 담겨있다. 이 도복은 기증자가 1962년부터 1970년까지 서울대학교 태권도 동호회 ‘권우회’에서 수련하며 입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전 관장인 기증자는 학창시절부터 박물관 재직시기를 거쳐 현재까지도 태권도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있다. 이 도복에는 정의, 노력, 우정 등 그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담겨있다.

3부 ‘기억을 간직하다’는 추억이 남아있는 근현대의 다양한 기억과 기록의 과정, 이를 소중하게 간직한 실생활 자료들로 꾸며졌다. 그 중 심원섭 기증 ‘야학부’에서 ‘나눔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기증자의 할아버지(故 심진택)는 일제강점기 충청남도 부여군 장암면 정암리 맛바위마을에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주민들을 위해 농한기에 야학을 운영하며 한글을 가르쳤다. 이 야학부는 1939년 12월부터 1940년까지 정암야학회에 대한 기록으로, 일제강점기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한글을 지키려는 귀한 마음이 간직돼 있다. 이외에도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기증품들이 공개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964년부터 60년 가까이 총 1311명으로부터 5만3151건의 자료를 기증받았다. 이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생활문화를 연구하고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표 생활사박물관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수증은 시대나 특정 품목을 국한하지 않고, 자료에 담긴 개인의 기억과 자료가 사용된 맥락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박물관은 개인의 삶의 흔적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공간으로 한층 친근하게 다가서기를 희망하고, 이런 소장품이 훗날 당시의 생활문화를 상세하게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