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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했던 그, 하루아침에 같은 동포 죽인 살인범으로

입력 | 2020-11-25 11:10:00


지난 7월7일 낮 12시31분쯤 경남 김해시 대동면의 한 파프리카 농장의 기숙사에서 칼부림이 났다.

미얀마 국적의 A씨(28)는 같은 국적의 B씨(26)의 가슴, 어깨, 겨드랑이 등을 흉기로 10여차례나 내리찍었다.

B씨는 급히 출동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숨졌다.

범행 동기는 ‘홧김’이었다.

2016년 농업취업 자격으로 입국해 약 2년 전부터 농장의 작업반장을 맡은 A씨는 B씨의 업무 태만이 불만이었다.

여기에 더해 후배인 B씨가 평소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서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더욱 감정이 좋지 못했다.

B씨의 업무태만은 사건 발생 한 달여 전부터 다른 동료와 해당 농장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려 했지만, 농장주가 바쁜 시기라는 이유로 반려하자 심해졌다.

7월6일 사건 하루 전날에도 B씨의 태업에 대해 서로 크게 다퉜다.

다음날에도 B씨는 “왜 우리가 일을 그만둔다는 말을 농장주인에게 전해주지 않느냐”고 A씨에게 따졌고, A씨는 곧장 B씨 일행이 묵고 있는 기숙사로 찾아 갔다.

그곳에서 A씨는 B씨를 주방으로 불러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혀두고, 흉기를 꺼내 싱크대를 수차례 내리치며 겁을 줬다. “이 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B씨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되레 가슴을 앞으로 들이밀었고 순간 격분한 A씨는 그대로 흉기를 휘두르고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넘어뜨린 후 잔인하게 살해했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외국인인 A씨는 한국에서 12년의 형기를 다 채운 뒤 우리나라에서 추방된다.

재판부는 “살인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가장 중대한 범죄이고, 피해를 회복할 방법 또한 전혀 없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고,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된 바 없다”고 판시했다.


(경남=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