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뉴스1 © News1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를 결정한 다음날인 25일,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속되는 침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윤 총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법무부의 시간”이라며 “징계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추 장관 임명 직후부터 이어진 추 장관 윤 총장 간 갈등이 법적다툼으로 비화되는 헌정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문 대통령이 입장표명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한국판뉴딜, K-방역 등에 대해선 기회가 될 때마다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문 대통령이 정작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국정 현안에 대해선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우리 윤 총장” 이라며 신뢰를 보냈던 문 대통령이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공개석상에서 윤 총장을 언급한 것은 올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검찰에 조직문화, 수사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에 윤 총장이 앞장 서달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
물론 여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윤 총장 거취에 대한 여권 내 기류에 사실상 동의한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차기 대선 주자로서 윤 총장의 정치적 체급만 키워줄 수 있는 만큼, 추 장관과 여당이 앞장서고 문 대통령은 법무부 징계위 결과와 여론 추이를 보고 최종 결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일종의 ‘역할 분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 여권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인 만큼 징계 절차가 완결되기 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개입하는 순간 오히려 보수 야권 지지층을 자극해 결집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