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선 당선인은 상대 후보의 승복과 선거인단 과반수 확보로 사실상 확정된다. 각 주가 선거인단을 확정하는 ‘세이프 하버 데드라인(safe habor deadline·올해는 12월 8일)’ 전에 상대 후보가 승복하면 GSA가 업무 인수 지원을 시작해 당선인 신분이 시작되지만 이번엔 ‘승복 없는 GSA 지원’으로 일단락된 모양새다. 트럼프는 제기한 소송에서 32패 2승, 경합주인 조지아 위스콘신에 이어 펜실베이니아와 네바다까지 24일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했다. 승부는 진작에 끝났으나 트럼프 머릿속은 온통 ‘대선은 사기, 위헌’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차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13일 트윗에서도 컴퓨터 집계 프로그램인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사전에 자신과 바이든의 득표율을 입력해 자신을 지지하는 270만 표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초유의 ‘권력 이양 몽니’에도 19세기 프랑스 정치가 토크빌이 찬탄했던 ‘미국 민주주의’는 ‘트럼프 시대의 일탈’을 회복해가고 있다. 법원은 소송 남발에 제동을 걸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연방법원은 개표 결과 인증을 막는 소송을 기각하며 “논거가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무턱대고 짜깁기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에 최측근들까지 잇따라 돌아서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끝내 확정하지 못할 경우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조항에 실낱같은 기대를 건 건지, 아니면 ‘싸움꾼 이미지’를 지켜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건지, 읽기 힘든 복잡한 속내로 버티기 무리수를 연발하고 있지만 그가 무너뜨릴 뻔했던 ‘미국 민주주의’는 성큼성큼 복원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