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후보 올라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저스틴 비버-레이디 가가 등과 겨뤄 “올해 대표 흐름으로 K팝 주목한것”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릴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는 24일 저녁(현지 시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이 8월 발표한 싱글 ‘Dynamite’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올랐다. 이 부문 후보로 아시아의 본토 대중가수가 오른 것은 처음이다. 같은 부문에서 두아 리파,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현지 톱스타와 겨루게 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31일 열린다. 비욘세가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이번 시상식 최다 후보가 됐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부터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 잇따라 진출했지만 그래미는 또 다른 얘기다. 앨범 판매량, 인기, 화제성이 중요한 여타 시상식과 달리 1만 명이 넘는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방탄소년단은 2월에 낸 ‘MAP OF THE SOUL: 7’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세 번째 정상을 차지했고 수록곡 ‘ON’으로 싱글차트 4위에 오른 데 이어 ‘Dynamite’로 정상을 찍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리코딩 아카데미가 음악인이나 음악 제작자들이 모인 곳이기에 음악적 성과를 우선시하지만 당대의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의 대표 흐름으로 케이팝을 주목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평론가는 “쟁쟁한 스타들이 포진해 쉽진 않지만 그래미가 그간의 보수성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경향이 되레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단, 백스트리트 보이스, 엔싱크, 저스틴 비버(객원 가수로 한 차례 수상)도 무관일 만큼 아이돌 가수에게 박한 그래미의 성향은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날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음악계에서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의 지명 실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해 낸 ‘After Hours’와 수록곡 ‘Blinding Lights’가 빌보드 앨범차트와 싱글차트에서 각각 4주간 1위를 차지했고 평단의 찬사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그래미 수상과 후보 지명이 처음은 아니다. 클래식에서는 황병준 엔지니어와 소프라노 조수미가 트로피를 받았다. 남상욱 엔지니어는 대중음악 부문인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 넌클래시컬’ 부문에서, 국악 음반 ‘정가악회 풍류 Ⅲ―가곡’은 ‘서라운드 사운드’와 ‘월드뮤직’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그래미와 별도로 열리는 ‘라틴 그래미’에서는 2017년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최보람 씨가 한국인 최초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