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뉴스1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국 세탁기 산업 보호를 위해 내년 2월 종료를 앞둔 ‘세이프가드(Safeguard·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25일(현지시간) 의견을 모았다.
이는 미국 대표 가전업체인 월풀(Whirlpool)이 지난 8월 ITC에 세이프가드 연장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ITC는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해 다음달 8일까지 백악관에 제출할 예정으로,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장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 장벽 중의 하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7년 월풀의 청원으로 조사가 시작돼 3년 기한으로 2018년 2월 7일 발효돼 내년 2월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ITC는 세이프가드 연장 결정에 대해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산업에 대한 구제조치가 계속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ITC에 따르면 제이슨 컨즈(Jason E. Kearns)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 랜돌프 스테인(Randolph J. Stayin) 등 위원회 5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세이프가드 연장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ITC는 오는 12월 8일까지 세이프가드 관련 조사와 결정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백악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연장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데, ITC 권고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에 오하이오주에 있는 월풀 세탁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국산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자랑스럽게 서명했다”며 보호무역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3년 만기로 2018년 2월 7일 발효된 미국 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는 예정 만료일인 2021년 2월을 지나서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3년차를 맞은 올해는 10㎏ 이상 대형 가정용 세탁기 완제품 수입 기준 120만대 쿼터 내에서 16%, 그 이후 물량은 40% 관세가 부과된다.
이를 두고 국내 가전업계에선 월풀이 세이프가드 종료에 따른 경쟁 부진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세이프가드 도입 이후에도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월풀의 경쟁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 1~2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TC가 세이프가드 연장 결정을 내렸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당시 ITC가 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미국 현지에 세탁기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펼친 덕분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효를 앞둔 2018년 1월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LG전자도 2018년 8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간 120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의 세탁기 공장 착공에 나섰고 2019년 5월 준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판매되는 세탁기 대부분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면서 “세이프가드가 연장된다 하더라도 사업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으며 영향은 최소한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