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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박사방, 조직 아냐” 法 “범죄집단 맞다”

입력 | 2020-11-26 12:23:00

그래픽=뉴스1


여성 성착취물이 제작·유포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등 일당이 범죄단체조직·활동 혐의에 대해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이 범죄집단에 해당하고 조 씨 일당이 범죄집단 활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2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과 신상정보공개 고지 10년 및 아동·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제한 10년도 함께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5명에 대해서도 범죄단체조직·활동 혐의가 적용돼 징역 7년에서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6월 검찰은 조 씨를 범죄단체조직·활동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조 씨가 박사방 운영 당시 웹툰 형식을 빌려 만든 조직도를 증거로 냈다.

그러나 조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조 씨는 지난 9월 공범 한모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유저들의 흥미를 끌고 싶었다”며 “방에서 운영하는 사람들을 조직원인 것처럼 해놓으면 글이 재밌어지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1



이날 재판부는 조 씨 일당이 ‘범죄단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범죄단체의 경우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필요하지만, 범죄집단의 경우 통솔체계가 필요하지 않고 범죄의 계획과 실행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만 갖추면 인정된다.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이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조 씨 일당이 인식하면서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가담한 범죄집단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부여된 역할을 수행했다고 봤다.

또 구성원 대부분이 텔레그램 ‘박사방’ 외에 ‘시민의회’, ‘노아의 방주’ 방에 참여했는데, 이 방들은 모두 조 씨가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방이고 구성원들이 조 씨를 추종하며 조 씨 지시를 따른다는 점에서 ‘박사방’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조 씨 일당은 조 씨에게 나머지 공범들이 속았으며, 범죄수익인 가상화폐 대부분을 조 씨 혼자 취득했고 조 씨 혼자서도 충분히 범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범죄집단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이 범죄집단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등 범죄조직 선고기일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회원들이 법원의 1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재판부는 “조 씨가 구성원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더라도 구성원들은 조 씨가 암시한 성착취물이나 고액방 등이 실존할 것으로 기대하고 참여하면서 가상화폐를 제공하거나 범행에 협력했다”며 “이는 결국 일련의 범행이 반복되고 더욱 고도화되는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 씨 지시에 따른 다른 구성원들의 범행 가담행위는 범행 규모와 반복성에 직접적 영향을 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 씨 일당은 설령 박사방이 범죄단체라고 하더라도 범죄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 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조 씨가 성착취물을 배포한다는 걸 알면서도 성착취물을 계속 받기 위해 참여하고, 자세까지 요구하는 등 조 씨의 지시를 받고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범죄단체의 목적을 인식한 상태에서 조직에 가담해 활동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보다는 낮은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씨의 양형에 대해 “그동안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를 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