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국을 가고 싶어서 한국 항공사의 기내식이라도 먹고 싶어서 왔습니다.”
26일 낮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한 호텔. 회의장에 앉아 있는 47명의 사람들 사이로 한국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제복을 입고 기내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오늘의 주요 메뉴는 불고기 덮밥과 김, 고추장, 식혜 등 평범한 한식이었다. 승무원으로부터 기내식을 건네받은 대학생 무카이 리호 씨(23)는 환호를 하며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대학생이 된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여행을 시작했다. 주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앞이나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등에 들러 한국 화장품과 옷을 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전에는 2개월에 한 번 씩 한국 여행을 하곤 했다. “한국 사람들이 친절해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말하는 무카이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한국에 갈 수 없어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내 한국 관련 영상을 보거나 도쿄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비록 실제 탑승을 한 것은 아니지만 기내식을 먹으니 진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는 기분이 들어 즐겁다”고 말했다.
이날 기내식 체험은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개최한 한국 여행 홍보 행사 ‘2020 코리아 위크 인 도쿄’ 중 하나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일 간 해외여행이 중단 된 가운데 한국을 자주 방문하거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기내식을 제공하며 여행 간 기분을 느끼게 하는 취지다. 실제 비행기 안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승무원들은 제복을 입었고 참가자들에게 실제 여행 티켓도 배포했다. 기내식 제공 전에는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기장의 멘트도 나오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는 총 47명으로 응모자 750명 중에서 선발됐다. 행사를 주관한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오늘 참석자들은 한일 간 여행이 가능하게 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방한할 만큼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라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매력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평일임에도 20, 30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여성층이 중심이던 한류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돼 8개월 간 한국어를 배우러 간 적이 있다는 도미오카 다케오 씨(34)는 “한국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탈 때 먹었던 고추장과 비빔밥의 맛이 굉장히 독특해 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치 외교적으로 한일 관계가 좋지 않지만 민간에서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친근해진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교류를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