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25일(현지 시간) 전격 사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에 사법당국의 수사나 판결을 앞둔 자신의 측근 및 가족에 대해 사면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마이클 플린이 완전한 사면을 받게 된 것을 발표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플린과 그의 가족에게 축하한다. 당신들은 이제 진정 환상적인 추수감사절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썼다.
플린 전 보좌관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트럼프 캠프와 결탁해 선거에 개입한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수사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그는 당시 미국주재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對)러시아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정작 연방수사국(FBI)에는 이를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진술을 했다. 그의 허위진술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드러나 결국 플린 전 보좌관은 취임 24일 만에 옷을 벗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사면 논란을 빚었다. 7월에는 역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됐던 자신의 최측근이자 선거 전략가 로저 스톤을 감형해 큰 반발을 샀다. 8월에도 돈세탁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받았던 흑인 마약사범과 은행 강도 전력이 있는 전과자를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위한 지지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전격 사면했다.
추가 사면 후보도 미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임에도 현재 대선 불복 소송을 앞장서서 진행하고 있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대표적이다.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사면 후보로 꼽힌다.
각종 금융비리와 성범죄 혐의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셀프 사면’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내 스스로를 사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왔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자신의 죄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 망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