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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신속진단키트, 정확성 등 한계…전 국민 검사 어려워”

입력 | 2020-11-26 19:10:00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자가검사로 전국민 검사 제안
방대본 "신속진단키트 정확한 검체 채취 담보해야"
"검체 채취 등 의료 행위로 보는 의료법 등 한계도"
미국도 검체 채취 집에서 하지만 진단은 의료기관서




국내 한 제약기업 회장의 전 국민 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제안에 방역당국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전문 검사 기관이 아닌 집에서 항원 검사법을 활용하자는 취지로 이는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정부에 줄기차게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검사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체 채취가 쉽지 않고 관련 법에서도 의료인력이 맡아야 하는 점 등을 들어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전날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진단키트를 만들 능력이 충분하다”며 전 국민 진단검사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26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전 국민 검사는 일시적으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 진단검사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세계보건기구(WHO) 등 전 세계에서 진단검사법으로 쓰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아닌 감염의 증거인 항원·항체 등을 확인하는 신속 진단 검사를 활용한 방안이다.

통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비용이 비싸지만 정확도가 높은 PCR검사와 비교해 항원 검사는 진단 소요 시간이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정확도가 높지 않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에선 바이러스 양이 적은 경우 거짓 음성 결과 가능성이 높아 진단 시점 기준으로 40% 이상 환자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단장은 “자가진단을 하려면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번째는 정확히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두번째로는 제도적으로 의료법이나 약사법에 합리적으로 부합해야 되는 단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항원진단키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찬성의 의견과 반대의 의견이 분명히 나누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상황과 역학적인 특성을 판단해서 여기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신속 항원검사 키트 제품을 승인했지만 모두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용으로 허가를 받았다. 항원 검사의 경우 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비강)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고 항체 검사는 채혈을 하는데 비의료인 혼자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정확한 검체 채취도 보장할 수 없다.

여기에 한국은 의료법 등 관련 법에서 검체 채취를 의료행위로 보고 있어 검체를 채취한다면 법 개정 여부도 들여다봐야 한다.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통한 자가 진단은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자가진단키트 도입이 왜 안 되느냐’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질의에 김강립 식약처장은 “항원검사키트의 경우에도 비강안까지 깊숙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혼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라며 “항체검사키트의 경우에도 채혈을 하는 방식으로 주사기를 통해서 혈액을 뽑고 그걸 검사키트에 넣어야 하는 방식이라서 자가진단용으로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검체 채취는 집에서 가능하지만 검사 자체는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김 처장은 부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검체 채취 결과를 신속하게 알 수 있는 신속 진단법 행위 자체를 우리나라에서는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며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도록 한 게 의료법으로, 그 조항 때문에 신속검사법이 허가가 될 때도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