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 <126> 부산시민장례식장
25일 부산 해운대백병원에서 만난 문성훈 ㈜부산시민장례식장 대표가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에는 60여 개의 크고 작은 장례식장이 운영되고 있다.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엄숙한 공간이지만 일부 업체가 유족의 슬픔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고인을 유치한 대가로 상조회사나 장의업자 등에게 지불한 리베이트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던 것이다.
㈜부산시민장례식장은 이 같은 불법 뒷거래 대신 과감한 할인을 선언하며 2013년 12월 부산진구에 문을 열었다. 업계 관행에 맞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문성훈 대표(32)는 “1년간 빈소 가동률이 50%도 되지 않았다. 쉬운 길을 알고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용이 저렴한 데다 친절하다는 평이 점점 입소문을 탔다. 꾸준히 이용객이 늘며 3년 전부턴 매월 200여 명이 이용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빈소 가동률은 약 80%. 부산시가 운영하는 납골당을 가진 부산영락공원을 제치고 가장 많은 부산시민이 이용하는 장례식장으로 떠올랐다. 7층 규모, 총 18개의 빈소로 구성돼 있다.
문 대표는 창업주인 아버지 문병기 전 대표에 이어 2016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30여 년 실무자로 종사하신 부친은 장례 업계가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유족의 아픔을 이용해 관, 수의 등 장례용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팔았던 업계의 관행을 없애고 싶었다고 한다. 상조회사 등과 손잡지 않고 모든 장례 절차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사설 납골당, 영정 사진 등 추가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에겐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특별 할인가로 제공한다. 건물 맨 위층에는 장례로 지친 유족의 건강을 위해 9개의 호텔식 게스트룸을 갖췄다. 고객 감동을 위해 초빙 강사를 섭외하는 등 100여 명의 직원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가격은 내리고 서비스 품질은 올려 업계 수위로 올라서자 지역에선 비슷한 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업체도 생겼다. 투명하게 운영하는 장례식장의 대표 사례로 꼽혀 전국장례협회에서 견학을 온 적도 있다.
회사는 사회 공헌에도 적극적이다. ‘시민 911구급차’가 그중 하나다. 고인뿐 아니라 환자 이송이 가능하도록 허가받은 구급차량으로 인근 병원 등에서 위급 시 도움을 청하면 이송팀과 응급구조사를 동반해 출동한다.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과 연탄, 과일 등을 전달하고 취약계층을 위해 매년 2억 원 규모의 무료 장례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는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산 개금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 내 장례식장 운영을 위탁받아 사세를 확장했다. 해운대백병원은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하는 미술작가들을 돕기 위한 갤러리를 로비에 꾸며 눈길을 끈다. 문 대표는 “거품을 뺀 바람직한 장례 문화가 형성돼 장례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변했으면 좋겠다. 이웃과 더 많이 나누는 착한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