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전격적으로 제기한 ‘윤석열 국정조사’ 카드를 둘러싼 공수 양상이 하루 만에 뒤바뀌고 있다. 국민의힘이 27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공에 나서자 민주당은 “굳이 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국정조사라는 판을 깔아주느냐”는 내부 우려 등으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 野 “국정조사 받겠다” 역공 vs 與 하루 만에 침묵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27일 정식으로 요구할 계획”이라며 “초안을 준비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좋고, 윤 총장만 해도 좋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조사는 인물을 특정할 수도 있고, 주제를 특정할 수도 있다”며 “주제를 특정하면 윤 총장 직무배제와 관련된 사람들은 다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인물을 특정하지 않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뒤 추 장관까지 포함해 포괄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함께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감찰권 남용 및 과잉 인사권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정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與 내부에서도 “국조는 조금 신중할 필요”
여당은 하루 만에 윤 총장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발표에 결을 맞춰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국정조사가 현실화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국정조사가 정치적인 쟁점화가 되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로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종민 최고위원 역시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해 국정조사나 특별수사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말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역시 이날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국정조사 제안을 꺼내 상황이 곤란해진 측면이 있다”며 “국정조사보다 (다음 달 2일 예정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와 윤 총장이 낸 가처분 신청 결과를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하루 종일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도 민주당이 윤 총장의 국회 출석을 주저하는 배경이다.
그 대신 민주당은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의 이유로 든 6개 항목 중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의 재판부 사찰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최상급자가 사찰 문건을 받아 전파를 했고, 이를 지시한 정황도 보인다”며 “불감증에 빠져 법이 정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조차 합법이라고 우겨대는 총장과 일부 검사들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