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청정발전으로 전력 확보 등 친환경차 전환 여건 확충 먼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차 보급이 추진 중이지만 급격한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자칫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한국산업연합포럼과 자동차산업연합회 주최로 열린 제6회 산업발전포럼 및 제11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는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부에 제안한 ‘2035년 또는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지난해 기준 25.4%)을 제조업이 분담하는 국내 산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탈탄소 정책’은 정책으로서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업계의 PHEV 기술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아직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2035년이 제시됐을 뿐이며 2030년을 목표로 한 독일은 정작 2016년 의회 상원에서만 공감대가 있었을 뿐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가마다 자국 자동차 산업의 실정을 감안해 친환경차 도입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차 운행을 위한 전력 확보도 과제다. 현재 국내에 운행 중인 2300여만 대의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라고 가정하면 이들 중 70%가 동시에 충전하는 것만으로 원자력발전소 102기에 해당하는 102기가와트(GW)가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2034년 전력생산 예측치 104GW와 맞먹는다. 필요 전력을 모두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한다면 서울시 면적의 2.2배를 모두 태양광패널로 뒤덮어야 한다.
한국자동차공학회(KSAE) 연구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출시된 내연기관차들은 기술발전 덕분에 폐기될 때까지 유발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이 친환경차보다 적은 경우도 있었다. 민경덕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친환경차의 탄소저감 효과를 검증하려면 이동 중일 때뿐 아니라 자동차 및 동력원의 생산, 운송 등 ‘자동차의 생애’ 전체를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내연기관차의 무조건적인 퇴출이 아닌 기술발전, 청정 발전을 통한 전력 확보 등 산업경쟁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친환경차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