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품고 신에게로… 펠레 “언젠가 하늘서 함께 뛰자” ▼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25일(현지 시간)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0세. 3일 머리에 출혈이 생겨 뇌수술을 받은 마라도나는 11일 퇴원한 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자택에 머물다 숨을 거뒀다. 브라질의 펠레(80)와 함께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 마라도나의 사망 소식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사흘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마라도나의 시신은 대통령궁 카사로사다에 안치됐고,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아르헨티나 국기로 감싼 관 안에 놓인 마라도나에게 꽃이나 유니폼 등을 바치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펠레와 리오넬 메시(33·아르헨티나) 등 축구 스타들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추모 글을 올렸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도 각별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교황청은 공식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축구의 시인(Poet of Soccer)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기-10번 유니폼으로 감싸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관이 2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카사로사다에 안치됐다. 아르헨티나 국기가 그의 관을 감싼 가운데 그의 선수 시절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과 그가 몸담았던 보카 주니어스 유니폼이 관 위에 놓였다. 수많은 추모객들이 몰려들어 꽃과 유니폼 등을 던지며 애도를 표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그가 전성기를 보낸 이탈리아에서도 추모 열기는 뜨겁다. 특히 나폴리 주민들은 마라도나가 그려진 티셔츠와 사진, 그리고 촛불을 든 채 거리에 모여 애도에 나섰다. 발코니에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마라도나의 유니폼을 내거는 집도 많았다.
마라도나는 1984년부터 1991년까지 나폴리에서 뛰었다. 1926년 창단했지만 만년 꼴찌였던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온 뒤 팀 사상 첫 우승을 포함해 두 차례 리그 정상 등극에 유럽축구연맹(UEFA)컵까지 품에 안았다. 마라도나가 떠난 뒤 나폴리는 리그에서 더는 우승하지 못했다. 2017년 마라도나에게 명예시민증을 준 나폴리시는 그의 사망 소식에 나폴리 홈구장 이름을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