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 월드컵 때 만나 ‘태권 축구’ 2010년엔 대표팀 감독으로 격돌 홍명보 “탄력-기술 엄청났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허정무(왼쪽)가 디에고 마라도나를 거칠게 수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65)은 25일 별세한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60)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맞붙었던 마라도나의 사망 소식에 허 이사장은 애도를 표했다. 그는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꺾어보고 싶었던 상대이면서도 존경했던 그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슬프다. 그는 천재성을 지닌 슈퍼스타였다”고 말했다.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마라도나는 한국 축구와도 인연이 깊다. 1986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상대가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였다. 당시 마라도나를 밀착 마크한 허 이사장은 육탄전에 가까운 수비를 펼쳤다. 허 이사장이 마라도나에게 깊은 태클을 시도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보도되면서 ‘태권 축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마라도나는 11개의 파울을 당하면서도 3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허 이사장은 “마라도나는 발에서 공이 30cm 이상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인 드리블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마라도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사령탑으로 한국과 맞붙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국 감독은 허 이사장. 결전에 앞서 마라도나가 “멕시코 대회 때 한국은 격투기를 했었다”며 비꼬자 허 이사장이 “24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고 맞받았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4로 졌다.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을 위해 방한한 마라도나는 레전드 매치에서 허 이사장을 다시 만났다. 마라도나는 멕시코 월드컵 때 허 이사장이 자신의 허벅지를 걷어차는 듯한 사진을 보고는 “기억이 난다. 오늘 같은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당시 마라도나와 포옹을 나눴던 허 이사장은 “3년 전에 만났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많은 인연을 맺었기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