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투자 업체 주가조작 후 16억원 받아 검찰은 16억원 부당이득 판단, 추징 구형 1심 "주가 부양해주고 '보수'로 받은 돈" "보수, 주가조작 통해 번 돈 아니다" 판단 "자본시장법으로는 추징 못 한다" 결론 전문가 "누가 봐도 부당한 이득이지만" "'죄형법정주의' 따라 근거 있어야 추징"
라임자산운용(라임)이 자금을 투자한 상장업체의 주가부양 의뢰를 받아 거짓 정보로 주가를 상승시켜 16억원을 받은 혐의의 무등록 투자자문업체 대표에게 1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추징은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 대표가 얻은 부당이득 16억원을 추징해야 한다고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 금액을 법적 부당이득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이에 향후 항소심에서 법리 다툼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전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박모씨와 이모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 징역 2년과 벌금 2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와 김씨는 무등록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면서, 라임으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은 에스모 머티리얼즈의 주가부양 의뢰에 따라 주식 카페 등에 이 회사에 대한 신사업 추진 등 호재성 허위 정보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올렸다는 혐의를 받는다. 시세조종을 위해 직접 에스모 머티리얼즈 주식을 매매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가로 브로커 정씨가 리드 부회장 박모씨와 A씨를 통해 총 40억원을 전달받아, 8억원은 자신이 갖고 나머지 32억원을 박씨와 김씨에게 나눠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80억원, 추징 16억원을 구형했다. 김씨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60억원 추징 16억원을 구형했고, 정씨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80억원, 추징 8억원을 구형했다.
1심 선고에서 추징 자체는 인정되지 않았고 벌금도 대폭 줄은 것이다. 이는 정씨가 받은 40억원에 대해 재판부가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위반 행위로 주가가 상승하고, 그 주식을 거래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자본시장법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라면서 “위반행위를 하는 대가는 자본시장법상 부당이득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송성현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죄형법정주의’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면 추징도 못 한다”면서 “누가 봐도 부당한 이득이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추징하지 못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도 이 40억원을 추징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따져본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이 아닌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추징할 수 있는지 살펴본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범죄수익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적용되지 못했다.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이들 사이 오고 간 금액을 40억원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이유다. 일례로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정씨에게 주가부양 대가로 50~60억원을 줬다고 했다가 40억원을 줬다고 진술을 바꿨다.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인해 얻은 부당이득 부분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이들에게 적용된 벌금도 수억원씩 줄었다. 이에 따라 만약 검찰이나 피고인 쪽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면 부당이득 부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송 변호사는 “검찰이 이번에 추징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적용시켜 봤는데, 재판부가 법적으로 좀 엄격하게 따져본 것 같다”면서 “검찰도 향후 법적으로 추징할 수 있는 법리적 문제를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