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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샐러리캡 70% 채웠다. 만세!’ [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0-11-27 16:07:00


클립아트 코리아 이미지에 한국전력 로고 합성



뚜껑을 열고 보니 ‘플렉스’(‘과시’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를 못 하게 말렸다면 정말 억울했을 것 같다. 드디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 70%를 채웠는데 알아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발리볼 비키니’(https://bit.ly/36fgg9X)를 통해 예고해 드린 것처럼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에서 27일 결국 선수단 연봉을 공개했다. 샐러리캡 계산에서 빠지는 신인 선수를 제외하면 2020~2021 시즌 한국전력 국내 선수 연봉은 총 26억600만 원. 이번 시즌 남자부 샐러리캡(31억 원) 84.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만 해도 샐러리캡을 57.5%밖에 채우지 못했던 팀이었다. 지난 시즌 샐러리캡은 26억 원이었는데 한국전력은 선수단 총연봉으로 14억9500만 원밖에 쓰지 않았던 것. 이게 문제인 이유는 각 팀은 샐러리캡 이상으로 선수단 연봉을 지급할 수 없는 동시에 샐러리캡을 최소 70%는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팀은 부족분 전액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내야 했다. 한국전력은 3억2500만 원이 모자랐다. 그러나 KOVO 이사회(단장 모임)는 어려운 한국전력 사정을 고려해 이를 탕감해주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샐러리캡 최소소진율도 70%에서 50%로 내려주기로 했다. 만약 이 기준을 내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현재 한국전력 선수 가운데 김광국(2억5000만 원) 신영석(6억 원) 황동일(1억2000만 원)은 이번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이 팀 선수가 아니었다. 세 선수 연봉을 제외하면 샐러리캡 소진율은 51.8%로 내려간다.

한국전력은 두 선수를 데려오는 대가로 김인혁 김명관 안우재 이승준 정승현 등 선수 다섯 명을 내줬다. 이 가운데 안우재는 트레이드 당시 상무 소속이라 샐러리캡 계산에서 빠진다. 그러면 이들을 제외한 선수 네 명 연봉 총합은 얼마였을까?

만약 이들 연봉 총합이 5억6400만 원을 넘지 않았다면 한국전력은 또다시 샐러리캡 70%를 채우는 데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선수 네 명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들이 평균 연봉 1억4000만 원 이상을 받았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광국 신영석 황동일을 제외하면 한국전력 선수 중위 연봉은 60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한 박철우를 포함해도 그렇다.



결국 KOVO 이사회에서 최소소진율을 20%포인트 깎아주는 ‘배려’가 없었다면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에도 샐러리캡 규정을 위반했을 우려가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2022~2023 시즌부터 옵션을 포함해 연봉을 공개하기로 한 KOVO 이사회 결의사항을 무시한 채 전체 연봉 공개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KOVO ‘표준계약서’ 제10조②에는 “구단은 연맹의 제규정 및 이사회 결정을 따르고 선수의 이익을 보호하며 선수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적극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관점에 따라 이번 한국전력 연봉 공개는 이사회 결의사항 위반일 뿐 아니라 선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FA 계약 과정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한국전력은 박철우에게 연봉 5억 원 이외에 옵션 1억5000만 원을 추가 지불한다. 반면 우리카드와 FA 계약을 맺은 김광국은 물론 현대캐피탈에서 건너 온 신영석도 ‘공식적으로(는)’ 옵션 없이 연봉만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연봉계약의 투명화를 선도하려는 구단의 강한 의지와, 팬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선수단 연봉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 배구의 발전과 선수들의 대우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누구나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스티브 유 씨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누가 고개를 끄덕일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