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삭제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면 해외 정보 수집에 집중하는 기관이 된다. 1961년 김종필 주도로 중앙정보부를 처음 설립할 때 대공수사권을 부여했던 것은 남북 대치 상황을 고려해 미 CIA와 연방수사국(FBI)의 기능을 합친 정보기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국정원의 간첩 수사는 대공수사국이 맡아왔는데 내란, 외환죄, 반란죄 같은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범죄가 대상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사건은 다 경찰의 몫이 된다. 그런데 기능만 이관하고 국정원의 대공 수사 인력은 그대로 국정원에 남아 다른 부서로 재배치된다고 한다. 전문 인력이 경찰로 이동하지 않을 경우 수십 년간 국정원이 쌓아온 대공수사 노하우와 전문성이 사장(死藏)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야당은 국정원법 개정안에 신설된 경제 질서 교란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에 대공수사 잉여 인력이 배치돼 경제 사찰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스파이 수사는 종전대로 국정원이 계속 맡는다.
▷전공자가 잘하는 일을 비전공자에게 맡기는 것은 비정상이다. 국정원은 CIA 등 해외 정보기관과의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고, 휴민트라 불리는 해외 인적 정보망도 풍부하다. 세계 각국은 지금 앞다퉈 정보 예산을 늘리며 정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대공수사권 폐지라는 큰 변화를 추진하려면 그 과정에서 빚어질 빈틈과 부작용을 보완할 치밀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개혁이란 미명 아래 없애는 데만 급급한 게 아닌가 걱정된다.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