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환호와 영광의 순간 승승장구에 취하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 담금질하는 자세가 우리를 온전하게 한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잘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잘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듯 개인들도 오래도록 잘해야 좋은 기회를 계속 가질 수 있다. 문제는 한 번 잘한 것을 앞으로도 잘할 거라 오해하는 거다. 한두 번의 성공에 긴장을 풀고 마음을 놓아 버리거나 일찍부터 대가연(大家然)하는 사람은 오래도록 잘하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성공에 취하고 자신에게 취하는 거다. 나는 늘 잘할 것 같고 내가 하는 일은 늘 맞다고 여기는 것. 알코올이든 성공이든 한번 취하게 되면 분별력이 사라지고 판단력이 작동하지 않는다. 또 자신에게 취하고 이전의 성공에 눈이 멀면 노력도 고민도 줄어든다. 이만하면 됐지 하며 쉬이 타협하므로 예전처럼 좋은 게 나오지 않는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친다. 이런 건 옆 사람이 먼저 알아차리는 법이라 결국은 돌아서며 환호를 거둔다. 더는 찾아지지 않고 잊혀진다. 자신을 벼리지 않거나 가야 할 길을 놔두고 옆길로 빠지는 사람의 운명은 이런 거다. 삼십 년 넘은 사회생활 동안 숱하게 목격한 장면이다.
소금, 꿀, 목재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 이들의 공통점은 방부제(防腐劑)다. 음식을 저장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이들은 천연 방부제로 활용되었다. 소금에 절이거나 꿀에 재고 혹은 연기를 쐬게 해 오래도록 보관했다. 한데 방부제가 어디 음식에만 필요할까?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방부제다. 조그만 성공에 취해 쉬 허물어지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자신을 엄정히 돌아보고 삼가는 것.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점검하는 것. 이런 자세야말로 자신을 온전하게 지키는 방부제다. 소금 같은 방부제가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듯 자기 자신에게 방부제를 잘 작동시키면 자신을 담금질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조선 시대에 옷을 잘 짓기로 이름난 이가 있었다. 옷을 지으러 가면 딱 한 가지만 물었다고 한다. “과거 급제를 언제 했습니까?” 급제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선비라고 하면 앞섶을 길게 하고 오래되었다고 하면 뒷섶을 길게 했다. 왜 그랬을까? 이제 막 급제한 젊은 선비는 자신감 내지 자만심에 가득 차 어깨를 한껏 뒤로 젖힌 채 ‘이리 오너라’ 할 테니 앞자락이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앞 길이를 길게 했고, 급제한 지 오래되고 나이도 자신 양반은 허리가 앞으로 굽었을 뿐 아니라 겸손해졌을 테니 뒷자락이 올라갈 것을 예상해 뒤 길이를 길게 하는 것이다.
등산을 할 때 올라가다 넘어지면 손바닥이나 무릎을 조금 다치고 말지만 내려오는 길에 넘어지면 다리가 부러지거나 구르는 등 심각한 중상을 입기 쉽다. ‘취하지 말라!’ 짧은 이 문장, 오래전부터 새기고 있는 금언인데 어지러울 정도로 뉴스가 넘쳐 나는 요즘 큰일을 맡고 있거나 내려가는 길에 다다른 분들께 특히 전하고 싶다. 취하지 마시라. 한순간에 버려진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