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정말로 태풍이나 홍수로 인천공항이 물에 잠길 수 있나요?” 알고 지내는 지인 몇 분이 이 영상을 보고 전화해 왔다. ‘2030년 이전에라도 인천공항이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는 필자의 대답이 말도 안 된단다. 어떻게 국가의 관문인 국제공항이 물에 잠길 수 있느냐는 거다.
2010년대로 들어오면서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온 상승은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하기에 폭우를 만든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슈퍼태풍이 만들어진다. 빙하가 급속히 녹으면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강한 태풍이나 호우가 내리면 낮은 지역은 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 10년 내에 인천공항이 물에 잠긴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공군 비행장도 홍수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는다. 2002년 우리나라 태풍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온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당시 하루 870mm가 넘는 폭우로 강릉전투비행단이 물에 잠겼다. 활주로는 물론 일반 사무실도 다 물에 잠겼는데 이로 인해 상당수의 F-5 전투기까지 물에 잠겨 버리고 말았다. 2019년 10월 강타한 태풍 ‘미탁’으로 강릉전투비행단이 또다시 물에 잠겼지만 다행히 당시에는 전투기 침수 피해가 없었다. 미국에서도 전투비행단이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 2018년 슈퍼 허리케인 ‘마이클’이 시속 250km의 강풍과 1000mm가 넘는 폭우를 몰고 오면서 플로리다주 틴들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던 F-22 랩터가 큰 피해를 입었다. 세계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 17대가 입은 피해액만 무려 2조2000억 원이 넘었다.
올해 발생했던 세계적인 기후 재앙들은 기후위기의 서막일 뿐이다. 본격적인 재난이 시작되면 인천공항이 물에 잠기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 기업과 국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혁명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