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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부은 ‘추미애 입장문’… 윤석열 가족 수사 지휘검사들도 “장관 지시 위법”

입력 | 2020-11-28 03:00:00

[윤석열 직무배제]추미애 장관 턱밑에서 검사들 잇단 반기
추미애 “불법사찰 당연시 검사들에 충격… 각자 직무에 전념하라” 경고 메시지
검사들 “충언 외면한채 국민 호도”
전국 지검-지청 60곳 중 59곳 성명




“‘판사 불법 사찰’ 문건에 대해 당연시하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고, 검찰개혁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7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를 철회해 달라는 일선 검사들을 향해 첫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 평검사들의 릴레이 비판 성명에 대해 “검찰 조직 수장의 갑작스러운 공백에 대한 상실감과 검찰 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각자 직무에 전념하라”며 사실상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다.

하지만 추 장관의 입장문 발표는 검찰 내부의 더 큰 반발을 불렀다. 추 장관이 지시한 윤 총장과 관련한 하명(下命)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일선 검사들의 충정 어린 목소리에 귀 기울여 처분을 재고해 달라”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추 장관의 손발 역할을 하는 검찰국 평검사 10여 명도 심재철 검찰국장과의 면담을 통해 장관 지시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 총장 사건 주임검사와 장관 보좌 검사도 반발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의 장모, 부인, 측근 관련 수사를 이끌고 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부장검사들이 주임검사로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부장검사들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단 공동 성명을 통해 “검찰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직무 수행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및 적법 절차와 직결된 문제”라며 추 장관의 재고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추 장관의 지시가 위법 부당하다는 데 만장일치로 인식을 같이했다. 더 직설적이고 과격한 표현을 쓰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정제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들과 평검사들은 각각 “적법 절차 원칙과 법치주의에 중대하게 반한다” “장관 처분이 위법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 230여 명의 검사 중 수뇌부인 이성윤 지검장과 1, 2, 3, 4차장검사를 제외한 절대 다수가 추 장관의 처분에 반기를 든 것이다.

추 장관의 핵심 참모인 심 국장 면전에서 처분의 부당성을 비판한 검찰국 소속 평검사 10여 명은 검사 임관 동기 가운데 선두권만 올 수 있는 엘리트들이다. 이들은 전날 사실상 ‘법무부 평검사 회의’를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처분과 대검 압수수색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취지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장관 보좌기구인 보직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외부 입장 표명 대신 심 국장에게 “평검사들의 의견을 추 장관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전국 60곳 중 59곳서 평검사 성명 나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추 장관의 입장문이 공개되자 검찰 내부망은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꼴이 됐다. 일부 젊은 검사들은 공개 질의글과 댓글 등을 통해 추 장관을 비판했다. 임관 14년째인 A 검사는 “검찰 구성원들이 충언을 드렸음에도 장관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법무부 최고 수장이 검찰개혁 의미를 욕보이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7년 차인 B 검사는 “왜 수많은 검사들의 의견과 판단은 도외시하고 장관님 판단만을 계속 맞으니 받아들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직무에 전념해 달란 말은 장관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27일까지 대검찰청을 포함해 일선 지검 및 지청 60곳 중 부산서부지청을 제외한 59곳이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철회 요구에 동참했다. 부산서부지청도 다음 주 집단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검찰을 떠난 검사장급 이상 전직 검찰 고위간부 34명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신중히 행사돼야 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발과 전대미문의 위법 부당한 조치가 검찰개혁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신동진 shine@donga.com·배석준·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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