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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년 두드린 파도의 유혹… 연인들이 수줍게 답례하네

입력 | 2020-11-28 03:00:00

[힐링 코리아]해안절경 품은 인생샷 명소 태안
쪽빛 바다-은빛 모래-푸른 하늘 배경
파도리 해변 해식동굴서 인생샷 찰칵





연인들의 기념사진 명소로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파도리 해식동굴은 동굴 너머로 보이는 해변과 바다의 풍경이 사람의 실루엣과 잘 어울린다.



《충남 태안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지형을 지녔다.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으로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승용차로 1시간 이상 걸린다. 또 섬도 아니면서 이례적으로 4면 어디서든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태안에서는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바다가 만들어낸 절경이 많다. 해변에 위치한 해식동굴에선 인생사진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섬에선 인생풍경을 만날 수 있다.》


○ 연인들이 줄서서 사진 찍는 명소
파도리 해변은 천리포나 만리포만큼 유명한 해변은 아니다. 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백사장과 갯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파도리란 이름은 ‘거친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고 해서 붙었다. 이 해변은 최근 연인들 사이에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해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동굴 덕분이다.

‘파도리 해변’ 또는 ‘파도리 해수욕장’으로 내비게이션을 검색하면 동굴과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안내한다. 그 대신 ‘파도 캠핑장’ ‘파도리 캠핑장’을 검색하면 동굴과 가까운 위치에 닿는다. 해변에 도착하면 갯바위가 있는 해변 북쪽으로 걸으면 된다. 백사장과 맞닿아 있는 높이 3∼4m의 절벽이 쭉 늘어서 있고 곳곳에 작은 동굴이 눈에 띈다. 가까이 가 보면 사람 한 명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작다. 발길을 계속 옮기다 보면 갯바위다. 험한 편은 아니지만 미끄러우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갯바위에는 보통 굴보다 작고 검은 깜장 굴을 캐는 어민들을 볼 수 있다.

갯바위를 건너 다시 백사장에 다다르면 오른쪽에 두 개의 동굴이 보인다. 두 동굴 모두 아치 형태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동굴이라는 액자 속에 에메랄드빛 바다와 은빛 백사장, 청명한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동굴 안쪽을 기준으로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연인들은 함께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어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가져간다. 물이 나갈 때만 찍을 수 있어 사람이 몰려 기다리기도 한다. 동굴 안이어서 얼굴 표정은 잘 나오지 않는다. 비록 실루엣만 나오지만 그 모습이 동굴과 바다, 백사장, 하늘과 아름드리 조화를 이룬다.

사진을 다 찍었다면 동굴 주변의 백사장을 살펴보자. 파도리 해변에는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반들반들한 해옥이 유명하다. ‘바다에서 나는 옥’이라는 뜻으로 천연 조약돌이다. 햇빛이 비치는 맑은 날이면 해옥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신기한 마음에 가져가 볼까 싶지만 외부 유출은 금지돼 있다. 마을 입구에 해옥 전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사진 찍기 좋은 동굴로 유명한 삼봉해변에는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이 있다.

삼봉해변에도 사진 찍기 좋은 동굴이 있다. 해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변으로 나가면 북쪽으로 바위 세 개가 능선을 이룬 삼봉이 보인다. 가장 바다 끝 쪽으로 나와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 바닥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이 보인다. 이곳이 동굴인가 싶을 정도로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동굴은 1.5m 정도 높이로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사진이 제대로 나올까 싶지만 동굴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 자세를 낮춰 밖을 바라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절묘하게도 동굴 앞에는 뭉툭하게 튀어나온 조그마한 바위가 있다. 바위 위에 올라서서 자세를 취하면 더없이 좋은 발판이 된다.

파도리 해변과 삼봉 해변 동굴 모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낙석을 조심해야 한다. 종종 돌들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물이 들어올 때는 오가는 길이 모두 물에 잠기기에 조심해야 한다.

안흥항에서 배로 30분가량 걸리는 옹도는 그 모양이 마치 옹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흥항 뒷산에 위치한 안흥성은 숨은 사진 명소다. 안흥성 성벽에 올라서면 작은 어촌 마을인 안흥항과 아름다운 서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진다. 1665년 조선 효종 6년에 세워진 안흥성은 약 1.7km 길이의 석성이다. 성벽의 돌에는 성의 축조를 담당한 고을의 석공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인근 19개 군민들이 동원됐을 정도로 큰 성이었다. 현재는 내부 건물 대부분이 불타 사라졌지만 성벽과 4개의 성문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60호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누각이 있는 서문을 지나 성 안에 있는 태국사에 차를 세워두고 성벽 주위를 둘러볼 수 있다. 성 안에는 마을이 있는데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선가 장작으로 군불 때는 냄새와 솥에서 밥 짓는 냄새가 퍼져 나온다. 정겨운 분위기에 성벽이 정답게 느껴진다. 남문에서는 노을이 질 때 문 위로 서 있으면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 다른 개성 뽐내는 태안의 섬들

가의도는 안흥외항에서 서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섬이다. 배를 타고 30분이면 닿는다. 안흥외항에는 하루 세 차례 가의도로 가는 배가 있다. 가의도로 가는 길에는 안흥량이 있는데 강화 손돌목, 진도 울돌목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가장 험하기로 유명하다. 육쪽마늘 원산지인 가의도는 면적이 2.19km²로 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섬 주변에는 전복과 해삼이 많이 있어 제주 해녀 10여 명이 주민들과 계약을 맺고 전복 등을 채취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배는 북항인 가의도 선착장에 댄다. 마을은 섬 가운데에 있다. 가의도는 크게 마을길과 소솔길로 되어 있다. 소솔길은 소나무와 소사나무숲이 아름다운 탐방로로 트레킹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약 4km 길이로 반나절 정도면 여유 있게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남항이 나온다. 보통 파도가 높게 치는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을 때 이용하는 남항은 주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남항 주변에는 너른 바위와 독특한 주상절리,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솔섬 등을 볼 수 있다.

국내 대표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난도로부터 약 2.85km 떨어진 궁시도는 난도를 대신해 괭이갈매기들이 선택한 섬으로 수천 마리가 이주해 정착했다.

가의도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궁시도는 무인도다. 그 모습이 마치 ‘활과 시위에 걸린 화살’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은 괭이갈매기에게 신도시 같은 곳이다. 국내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난도로부터 약 2.85km 떨어져 있는데 난도가 포화 상태가 되면서 많은 괭이갈매기가 궁시도로 이주해왔다. 천연기념물 334호인 궁시도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섬 근처로 배를 대면 수많은 괭이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모습과 커다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천연기념물 511호인 내파수도는 섬 동쪽으로 약 300m 뻗어나간 조약돌로 이뤄진 자연방파제가 특징이다. 수만 년에 걸쳐 파도가 만든 방파제는 예전부터 어선과 상선들의 피난을 도왔다고 한다.

천연 방파제가 길게 형성된 내파수도는 억새풀이 많이 자라 가을과 겨울에 억새꽃이 바람에 날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충남 유일의 유인등대섬인 옹도는 멀리서도 언덕 위의 하얀 등대가 눈에 띈다. 맑은 날에는 등대 뒤편의 산책로에서 최서단의 격렬비열도가 멀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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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태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