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춥다는 12월, 커지는 ‘코로나 공포’ 바이러스 생존엔 겨울이 유리해도 밀접접촉 많아지는 게 더 큰 문제 난방하면서 환기 줄이면 치명적 날씨 연관 있지만 방역만이 해법… 거리두기 강화 등 선제적 정책을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나뭇가지에 생긴 고드름. 비교적 큰 추위가 없었던 지난겨울에 비해 올겨울은 여러 차례 기습 한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 중이라 방역당국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내려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하고 사람들이 따뜻한 실내에 모여 감염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겨울이라면 추운 게 당연하지만, 올해는 추위 소식에 움찔하는 사람들이 많다. 추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과 추위가 코로나19에 변수가 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3차 대유행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북반구 휩쓰는 코로나19 ‘불길’
○ 겨울은 코로나19 방역에 적?
왜 겨울로 들어서는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것일까. 우선 전문가들은 겨울이 코로나19가 퍼지기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춥고 건조한 겨울은 여름에 비해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5∼10배 정도 길다”고 설명했다. 춥고 건조하면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접촉하는 점막이 건조해져 병원체가 더 쉽게 침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겨울이면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기 때문에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함께 대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도 나온 바 있다. 계절성과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최근 호주 생물학 연구소인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미생물학회지에 “여름철에 비해 시원하고 습도가 낮은 봄과 가을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5∼7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물론 날씨 자체보다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날씨가 추우면 사람들은 실내를 찾게 된다. 춥지 않다면 야외에서 할 수 있는 행사도 실내에서 하게 된다. 추운 게 싫으니 환기도 자주 하지 않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치명적이라는 ‘3밀(밀폐 밀집 밀접)’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가게 되면 야외에 있을 때보다 밀접 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코로나19가 퍼지기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감염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겨울이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실내 공간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게 코로나19의 가장 큰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더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은 ‘환경 연구와 공중보건 국제 저널’에 지난달 26일 게재한 논문에서 “날씨 자체가 코로나19에 미치는 중요성은 3% 미만”이라며 외출 등 여행 34%, 실외활동 26%, 인구 규모 23%, 인구밀도 13% 순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봤다.
○ 최대 변수는 방역과 거리 두기
날씨가 추워지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과 달리 따뜻해진다고 해서 코로나19가 반드시 사그라드는 건 아니다. 현재 여름으로 접어드는 남반구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초기부터 빠른 봉쇄조치를 해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뉴질랜드는 26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2039명에 불과하다. 뉴질랜드는 3월 26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단호하게 국경을 폐쇄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이 뉴질랜드를 ‘코로나 시대에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보도한 것도 이런 이유다. ○ 겨울철 확산세 꺾으려면
날씨는 바꿀 수 없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적응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정책은 바꿀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겨울철 대유행을 막으려면 신중한 방역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이 겨울철 코로나19 대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해온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방역당국도 이에 귀 기울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4월 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겨울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상 조건이 같더라도 각 나라의 방역정책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면서 “기상 조건을 바꿀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처럼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역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칠 때”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