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직무배제]위원 11명중 5명 요구로 긴급회의 추미애의 감찰위 패싱에 제동 ‘감찰 부적절’ 판단 내릴 수도 권고는 법적 구속력 없지만 다음날 징계위 결정에 영향 줄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대해 “검사들이 입장문을 내며 이번 판사 불법 사찰 문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고,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의 첫 입장문을 공개했다. 과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감찰위원장 직권으로 이례적 ‘긴급회의’ 소집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A 교수는 27일 11명의 감찰위원들과 협의를 거쳐 다음 달 1일 오후 7시에 임시회의를 열기로 했다. 감찰위원회는 위원장에게 소집 권한이 있다. 앞서 감찰위원 5명이 위원장에게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위원회 자문을 거치지 않고 징계위원회부터 개최하는 건 절차상 맞지 않다”며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감찰위원장은 대통령령인 ‘법무부 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라 전체 위원 중 3분의 1이 넘는 위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감찰위원 11명 중 과반인 7명이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감찰위원 의결은 윤석열 징계위에 즉각 영향
감찰위원회의 의결 결과는 감찰위 회의 이튿날인 다음 달 2일 열리는 검사 징계위원회의 심의 과정에 즉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감찰위원들이 “윤 총장의 징계 근거가 된 감찰 자체가 위법 부당했다”고 결론을 낼 경우 검사 징계위원회 위원들도 징계를 의결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찰위원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한 사실은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의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위촉한 외부 감찰위원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것 자체가 “추 장관이 감찰위원회 자문을 건너뛰는 등 잘못된 절차로 감찰, 징계를 진행했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감찰위원들 과반의 동의로 위원회가 긴급 소집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가 검사에 대한 감찰을 개시할 때는 반드시 외부 위원들이 과반인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했다. 법무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9월 제정된 훈령인 ‘법무부 감찰규정’의 조항을 이달 3일까지 그대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추 장관은 20일간의 사전 행정예고 없이 3일 이 조항을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이후 추 장관은 감찰위원회 자문 없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개시한 뒤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를 발표했다. 한 감찰위원은 “법무부의 감찰권 행사를 견제하라고 만들어진 조직인 ‘감찰위원회’ 자체를 무시한 ‘무법(無法) 행위’”라고 했다. 또 다른 감찰위원도 “추 장관은 감찰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보낸 긴급회의 소집 요청서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윤 총장 징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절차를 건너뛰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