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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에서 돌잔치, 생일파티 등에 쓰는 소품을 대여하는 사업을 벌이던 A씨(3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빚으로 버티고 있다.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다보니 매출이 완전히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개점휴업 상태가 되자 생활비부터 쪼들리기 시작했다. 상반기(1~6월) 소상공인 1차 긴급대출 당시 정책자금 2000만 원을 빌린데 이어 10월 신용보증기금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 긴급보증을 통해 5000만 원을 대출받아 한숨을 돌렸지만 그새 쌓인 빚이 7000만 원이다. 언제쯤 사업이 정상화돼 돈을 갚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250조 원 가량의 금융지원이 이뤄진 가운데 ‘코로나 빚’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대출 만기연장 조치 등으로 위기를 이연시켜 놨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되고 대출상환 시기가 도래하면 부실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금융권의 부실채권 비율,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내어준 대출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돼 떼일 우려가 있는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9월 말 기준 0.65%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0.86%)보다도 0.20%포인트 낮다. 9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원리금 기준) 또한 0.30%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은행권은 내년 이후 빚을 못 갚은 사람이 늘면서 코로나19 금융지원 후폭풍이 몰아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특히 4월 이후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기업들의 정확한 경영상태를 알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낮은 것은 정책효과 덕분”이라며 “한계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개인들의 이상 신호를 잡아낼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라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혹시 터질지 모를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거 쌓고 있다. 9월말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고정이하여신 대비)은 130.6%로 집계됐다. 3개월 전보다 9.4%포인트, 작년 9월 말보다 20.8%포인트 높다.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데 충당금 적립은 오히려 느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일시에 중단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식의 연착륙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꺼번에 모든 조치가 끊기면 충격이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만기가 연장된 대출은 원금을 빌린 사람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나눠서 갚을 수 있게 해주는 등 서서히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