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미세먼지 시대] <1> 산업현장 적용되는 첨단기술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미세먼지 감축용 저온 탈질촉매가 설치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자료 제공
하지만 미세먼지 제거 설비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 공장 구조를 바꾸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은 신형 ‘롱백필터(Long Bag Filter)’ 개발에 나섰다. 오염된 공기가 정화되는 수직 필터가 길어질수록 공기는 깨끗해진다. 연구진은 공기 순환 통로 설계를 개선해 필터 길이를 세계 최초로 15m로 늘렸다.
올해 1월부터 105일 동안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미세먼지 배출량이 이전에 설치됐던 3m 필터의 10% 수준으로 줄었다. 상용화 연구를 이끈 한빛파워 양창륭 박사는 “신형 롱백필터는 차지하는 면적도 이전보다 작다”며 “제철소는 물론이고 시멘트 공장, 발전소 등에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소결공장에 세계 최초로 15m길이의 미세먼지 감축용 롱백필터가 설치돼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아 올해 1월부터 실증이 진행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자료 제공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크다. 통계청이 2년마다 공개하는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 문제 중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하다고 복수로 응답한 비율은 72.9%로 방사능(47.9%), 유해 화학물질(46.0%), 기후변화(45.4%) 등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국내에서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연구기관이 협력한 미세먼지 프로젝트 사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질소산화물(NOx)을 걸러내는 물질인 탈질촉매도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수증기, 오존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생성하며 탈질촉매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수증기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황산화물 배출량을 최대 97%까지 제거하는 흡수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도 최근 확보했다. 미세먼지 감축 설비가 부족한 중소 사업장이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배귀남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장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신기술이 뒷받침할 때 더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해 수출 등 경제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