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노조법 개정 저지를 위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지난해 민노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제치고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제1노총이 됐다. 1995년 창립 이후 24년 만이었다. 당시 민노총을 향해 투쟁 일변도를 버리고 제1노총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 민노총의 행보는 이와 전혀 달랐다.
4월 김명환 당시 민노총 위원장은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다. 공식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패싱’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민노총의 뜻대로 새로운 대화기구가 마련돼 합의문까지 도출했다. 하지만 민노총이 내부 반발로 협약식에 불참하면서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은 무산됐다.
이번 선거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두 후보조는 “투쟁 없는 노동조합은 있을 수 없다”며 내년 11월 총파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중 한 후보는 “사회적 대화란 사실상 폭력”이라며 선명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경파 후보가 당선된다면 투쟁 강도는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한 투쟁을 중시하는 민노총의 분위기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직선제로 당선됐지만, 정작 공약대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자 내부 반발로 물러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민노총이 투쟁 일변도로 흘러서는 제1노총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없다. 지금은 자고 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전시 같은 상황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2만 명 줄었다.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조차 못 내는 ‘좀비기업’도 9월 이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여파는 길고도 독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려면 상생을 위한 대화와 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제1노총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해선 안 된다.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