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사실 일반인들 눈에 직접 보이는 건 아니기에 먼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상에서 서빙로봇을 쉽게 볼 수 있으니 이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말이 막연한 예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종업원과 섞여서 서빙하는 로봇은 처음엔 이색적이지만 이내 사람과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서빙로봇의 출현에 대한 언론보도의 시각을 살펴봤다. 지난 1년간 주요 언론사의 기사들을 분석해 보니 서빙로봇은 AI, 자율주행, 디지털혁신(DX), 스마트팩토리(지능형 생산공장), 드론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소재들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연관어로 레스토랑 운영과 외식업계도 많이 나온다. 서빙로봇이 외식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기존 산업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테크산업은 과거 음식 요리 분야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푸드테크라는 표현도 생겨나 상위 연관어에 올라 있다.
몇 년 지난 인식조사이긴 하지만 ‘인간은 로봇과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비율은 76.3%였다. 서빙로봇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금은 그 비율이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까지 역할이 커질 것이다’에는 66.5%가 공감했다. ‘로봇은 인간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39.7%)며 별다른 우려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계나 로봇에 지배당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43.6%)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았다.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해 오는 ‘기계의 역습’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될 수 있다. AI, 빅데이터가 전문성을 지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간 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장 주변에서 배달과 식당 서빙 등 육체노동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 더 큰 충격과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