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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로봇’에서 느끼는 안도와 불안[윤희웅의 SNS 민심]

입력 | 2020-11-30 03:00:00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테이블까지 갖다 주는 이른바 ‘서빙로봇 식당’이 많아지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운영자들은 휴가도 가지 않으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서빙로봇에 관심을 보인다. 로봇 한 대당 가격이 1000만 원을 넘을 정도지만 렌털 서비스는 월 10만 원대에 이용할 수 있어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서빙로봇 검색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더니 코로나19가 심해진 올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사실 일반인들 눈에 직접 보이는 건 아니기에 먼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상에서 서빙로봇을 쉽게 볼 수 있으니 이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말이 막연한 예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종업원과 섞여서 서빙하는 로봇은 처음엔 이색적이지만 이내 사람과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서빙로봇의 출현에 대한 언론보도의 시각을 살펴봤다. 지난 1년간 주요 언론사의 기사들을 분석해 보니 서빙로봇은 AI, 자율주행, 디지털혁신(DX), 스마트팩토리(지능형 생산공장), 드론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소재들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상위에 올라 있는 단어로 코로나19와 비대면이 눈에 띈다. 로봇의 발전은 감염병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고, 기술 발전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사회문화적으로도 거부감 없이 수용돼야 확산되고 정착된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 차단을 선호하게 하는 기류를 만들었다. 식당에서 고객과 종업원의 접촉마저도 꺼리게 만들었다. 의사소통이 미흡해도 서빙로봇이 음식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연관어로 레스토랑 운영과 외식업계도 많이 나온다. 서빙로봇이 외식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기존 산업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테크산업은 과거 음식 요리 분야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푸드테크라는 표현도 생겨나 상위 연관어에 올라 있다.

몇 년 지난 인식조사이긴 하지만 ‘인간은 로봇과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비율은 76.3%였다. 서빙로봇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금은 그 비율이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까지 역할이 커질 것이다’에는 66.5%가 공감했다. ‘로봇은 인간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39.7%)며 별다른 우려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계나 로봇에 지배당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43.6%)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았다.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해 오는 ‘기계의 역습’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될 수 있다. AI, 빅데이터가 전문성을 지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간 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장 주변에서 배달과 식당 서빙 등 육체노동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 더 큰 충격과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