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40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선 전씨는 발포 명령 부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신경질을 냈고, 학살 책임에는 침묵을 지켰다.
오히려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발뺌하고, 법정에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 또 한번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 “말조심해 이놈아”
전씨는 30일 오전 8시4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광주지법으로 출발했다.
자택에서 나온 전씨는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친 유튜버들을 노려보며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호통을 쳤다.
선고 공판을 받으러 가면서도 여전한 전씨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여론은 들끓었다.
전씨는 기소 10개월 만인 지난해 3월11일 처음 광주 법정에 섰다.
전씨는 법정에 들어서기 직전 “광주시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화난 표정을 지으며 “왜 이래”라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광주 시민에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 등의 물음에도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걷다가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그런 무모한 짓을”
올해 4월27일 전씨는 1년여 만에 다시 광주 법정에 출석했다.
이어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나는 믿고 있다”며 공소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법정에 서서도 변함없는 전씨의 뻔뻔한 진술과 태도에 광주시민들은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 ‘5·18 학살 책임’ 잇단 질문에는 침묵
전씨는 18차례의 재판 중 이날 선고 공판을 포함해 3차례 광주 법정에 출석했다.
취재진은 전씨를 향해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 라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이날도 ‘아직도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까?’, ‘왜 사죄하지 않습니까?’, ‘발포 명령 부인합니까?’, ‘5·18 책임 인정 안합니까?’ 등 취재진 질의가 쏟아졌지만 전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