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징계청구에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급기야 어제는 검찰총장 직무를 대리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공개서한을 통해 추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어제 부산지검 서부지청이 마지막으로 평검사 일동의 공동성명을 내면서 전국의 지검·지청 59곳 모두 평검사들이 추 장관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여권은 검사들의 움직임을 조직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집단행동쯤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를 강조하면서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검찰의 반발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문 대통령이 여전히 이번 사태를 개혁에 대한 반발 관점에서만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검찰 조직의 거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뜻을 모은 일은 과거 몇 차례의 검란 때도 찾아볼 수 없던 일이다. 특히 조 차장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 들어 승승장구한 검찰 간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장일 때 청와대 특별감찰팀장이었고, 현 정부에선 추 장관이 취임하면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그런 조 차장마저 공개서한에서 검찰총장 임기제의 무력화는 바로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고, 이는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愚)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권은 추 장관의 행보를 검찰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들이라고 강변해 왔지만,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가 사태의 본질이라는 것은 이미 다 드러난 상황이다. 추 장관이 2일로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총장 징계 해임을 강행한다면 이는 최악의 법치 파괴 행위로 기록될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지금이라도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추 장관의 폭주를 멈추게 해야 한다. 추 장관의 뒤만 따라가다가는 민심의 이반이라는 낭떠러지에 함께 굴러떨어지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