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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관리도우미로 분리배출 효율 높일 것”

입력 | 2020-12-01 03:00:00

장준영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포장재와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나서서 그걸 치우고 정리해야 하는데….”

장준영 한국환경공단 이사장(68·사진)은 요즘 자원관리도우미의 활동 현황을 매일 체크하고 있다. 자원관리도우미는 전국 아파트 단지와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분리배출과 선별 업무를 돕는 이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포장 및 택배 폐기물이 폭발적으로 늘자 환경부가 9월 자원관리도우미를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환경공단은 이들의 고용과 훈련, 업무 지원을 담당한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 처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지만, 배출되는 양이 너무 많아 환경공단이 구원투수로 나선 셈이다. 장 이사장을 지난달 17일 인천 서구 환경공단에서 만났다.

―재활용 폐기물이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정말 많이 늘었다. 올해 1∼8월 플라스틱 배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6%, 비닐은 11%가 늘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양은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도 매주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때 주차장 한쪽을 활용해 품목별로 모으는데, 올해는 활용 면적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만큼 많이 배출되는 것이다.”

―자원관리도우미가 투입되면서 어떤 효과가 나는지 궁금하다.

“자원관리도우미 투입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응급 처방이다. 이들은 현재 전국 1만5000개 아파트 단지와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정성껏 하고 있지만 이물질이 묻거나 다른 재질과 섞여 재활용할 수 없는 것들이 절반에 가깝다. 유가가 하락해 플라스틱 재활용품의 경제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폐기물의 질까지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나.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면 시민들의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 자원관리도우미들이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분리배출 효율을 끌어올리고 선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일조하고 있다.

―운용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공단 직원의 3배 가까운 인원(1만843명)을 채용해 교육을 하고 현장에 투입해 관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교육을 온라인으로 많이 진행했는데, 채용 인원의 46%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 진행에 어려운 점도 있었다. 자원관리도우미의 안전도 신경 쓰인다. 일하다 종이상자를 밟고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다. 수시로 안전사고예방 문자를 보내고 현장 점검을 한다.”

―자원관리도우미 사업의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당장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자원관리도우미들이 분리수거 현장에서 라벨을 하나하나 뜯고 더러운 플라스틱을 빼서 종량제 봉투에 넣는다. 그걸 본 시민이라면 이후 분리배출을 할 때 그 부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주변에 분리배출 정보를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는 의견을 전해 온 자원관리도우미도 있다. 자원관리도우미 사업은 연말부터 전국 아파트에서 시행하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투명 페트병만 따로 배출하게 하는 이유는 뭔가.


“재활용의 ‘활용’ 단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시작하는 제도다. 앞으로 포장재는 생산 단계부터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출되는 재활용 폐기물들은 다시 질 좋은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투명 페트병은 상대적으로 별도로 분리하기 쉽고, 기능성 옷에 쓰이는 재생섬유로의 수요가 느는 상황이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는 건 우리 사회 자원순환시스템을 개선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아이스팩, 배터리도 별도 분리배출을 정착시킬 방안을 고심 중이다.”

―포장재를 생산 단계부터 줄일 방안이 있나.

“기업이 만드는 제품의 포장재 재질을 평가하는 것도 환경공단의 업무다. 제품 설계 과정부터 재활용이 쉽게 되는 방식으로 포장재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이 평가 결과에 따라 2022년부터는 포장재에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어려움’ 등의 표시를 하게 된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기업에는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8월에 한국식품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환경공단이 식품업계에 재활용·친환경 포장방안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다. 기업이 생산 단계부터 포장재를 줄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환경공단이 자원순환시스템 개선 업무의 최일선에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상품의 생산과 배출, 처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변화를 주도하겠다.”

인천=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