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뀐 줄 모르고 딴소리만 하는 외교안보 장관들 매운 순두부도 마다않던 프로 외교관 감당할 수 있나
이승헌 정치부장
필자는 이 사진을 보면서 블링컨이 온화한 인상과는 달리 독종 외교관이라는 걸 느꼈다. 블링컨이 순두부 먹고 사진까지 찍힌 게 단지 ‘K푸드’를 너무 사랑해서였겠나.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낯선 음식을 먹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거꾸로 밥상을 뒤엎을 수도 있는 게 국제 외교 무대의 생리다. 실제로 블링컨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것만 봐도 우리 정부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요구했던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지난해 9월 CBS 인터뷰에서 “북한을 쥐어짜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진정한 경제 압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종전선언 등 문 대통령의 ‘대북 위시 리스트’와도 상충되는 말이다. 한미동맹을 돈으로 바꾸려 했던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다고 해서 블링컨에게 순두부 먹을 때의 낭만이나 선의(善意)만 기대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블링컨을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외교팀을 상대하는 우리 진영 대표 선수들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다. 눈치가 비교적 빠른 서 실장은 그렇다 치자. 강경화-이인영 2인조의 최근 언행을 보면 과연 이들이 블링컨 같은 프로페셔널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 장관은 요새 자신의 리더십 한계를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한 포럼에선 “외교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기를 쓰고 있지만 간혹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건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수년째 ‘패싱 논란’을 겪는 강 장관의 심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현직 외교 수장이 공공연히 신세 한탄하고 다니는 모습을 주변국들이 도대체 어떻게 보겠나.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에게 이들 상황을 전했더니 “그만 좀 투덜대라(stop whining)”는, 필자가 듣기에도 민망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무부, 백악관에 새로 들어설 사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과연 문 대통령은 ‘강경화-이인영’ 2인조를 이대로 둔 채 바이든 시대를 맞을 것인가.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