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격전장 된 ‘비대면 공연시장’ 英 팝스타 두아 리파 영상 콘서트 80년대풍 디스코텍 분위기 연상 스테디캠으로 역동적 무대 연출
최근 대형 창고를 개조해 1980년대 TV쇼 느낌의 온라인 공연을 만든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 그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1회 공연이기에 일정의 압박 없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 세트장에서 한 달간 매일 5, 6시간씩 안무와 노래를 연습했다. 훈련소 같았다”고 말했다. 두아 리파 페이스북 캡처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25)가 지난달 27일 오후(한국 시간) 선보인 온라인 콘서트 ‘스튜디오 2054’는 비대면 공연의 꿈결 같은 새 경지를 보여줬다.
기본 콘셉트는 1980년대, 그리고 논스톱 원맨쇼. 올 3월 발표한 2집 ‘Future Nostalgia’로 내년 그래미 어워즈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리파는 런던 외곽의 거대한 창고를 통으로 빌렸다. 뻥 뚫린 공간에 80년대풍의 거실, 롤러스케이트장, 디스코텍을 연상시키는 세트를 여러 개 세웠다. 리파가 한 곡을 마치고 다음 곡을 위해 세트를 이동할 때는 스테디캠이 전쟁 영화 ‘1917’(2019년)의 참호 시퀀스처럼 부드럽게 뒤따라 움직였다.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처럼 70분이 끊김 없이 매끄럽게 흘러갔다. 원격 영상 콘서트의 단점을 TV 생중계풍 현장감으로 보완한 기획이 영민했다.
게스트의 면면도 화려했다. 엘턴 존이 ‘Rocket Man’을 부르고, FKA 트윅스는 현란한 폴댄스를 선보였으며, 댄스 팝의 앞 세대 디바인 카일리 미노그가 ‘깜짝 등장’해 리파와 함께 열창했다. 1980년대 신스팝, 디스코의 편곡과 선율 방법론을 2020년 전자음악과 결합한 음악은 리파 특유의 허스키한 매력의 가창과 안무에 맞아떨어졌다.
왼쪽부터 두아 리파의 ‘스튜디오 2054’ 공연 장면. 11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공연한 록 밴드 ‘푸 파이터스’, 10월 런던 애비로드에서 콘서트를 연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 두아 리파 페이스북 캡처·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11월 15일에는 미국 대형 록 밴드 ‘푸 파이터스’가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500석짜리 소규모 라이브 클럽 ‘더 록시’에서 온라인 공연을 열었다. 12개의 그래미를 탄 사반세기 경력의 팀이지만 마치 아마추어 인디 밴드처럼 원초적인 매력을 부각시켰다.
리파와 푸 파이터스는 직간접 광고도 재치 있게 끼워 넣었다. 푸 파이터스는 특정 상표의 맥주 캔의 1인칭 시점에서 공연장 구석구석을 도는 영상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리파는 콘서트에서 자연스레 노출시킨 푸마 운동화, 리파가 모델인 이브생로랑 향수의 광고를 앞뒤에 삽입해 판촉했다.
미국의 위치 기반 공연 정보 애플리케이션 ‘밴즈 인 타운’은 하반기 들어 거의 모든 장르, 모든 가수의 온라인 공연 스케줄을 알려주는 정보 사이트로 탈바꿈했다. 리파의 공연을 중계한 온라인 중계 전문 플랫폼 ‘라이브 나우’는 12월 12, 13일 밴드 ‘고릴라즈’의 콘서트도 유료 방영한다. ‘고릴라즈’ 자체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구성된 버추얼 밴드 형태여서 연출 방식에서 기대를 모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