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의 새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을 법이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기존의 법리로는 해결이 되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기존의 법리와 새로운 현상으로 인한 사상이 서로 충돌하며 이념의 대립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데이터 독점과 개인정보보호의 충돌’이다. 고전적으로 ‘독점(Monopoly)’은 경쟁법적인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독점사업자가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하여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여 시장의 순기능을 마비시키고 소비자의 권익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를 막고자 하는 법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반면, 개인정보보호의 법리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인격권과 관련이 있으므로 개인정보의 주체가 이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념을 그 바탕으로 한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은 데이터의 활용이 아닌 데이터의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고 개인정보보호법이 항상 보호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다른 법에 규정이 있는 경우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그런데 거대 배달 플랫폼들이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방패 삼아 데이터 독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해외에서는 일찍이 구글, 아마존 등의 거대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문제가 불거진 반면, 한국에서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음식배달이 급증하자 ‘배달주문 플랫폼 업체’의 갑질과 관련되어 데이터 독점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반면, 전자상거래법 및 국세기본법 등은 소비자 보호 및 탈세방지를 위하여 음식점주에게 거래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거대 플랫폼 업체는 법에서도 허용하거나 보유의무를 부여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하여서까지 “개인정보보호”를 명목으로 이를 막고 있다.
음식점이 고객정보를 활용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음식점이 고객과 소통해야만 하는 최전방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은 고객의 환불요청, 배달 등을 위하여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여야 하며 보관할 필요가 있다. 음식점 점주들이 고객정보를 알 수 없으면, 어떤 고객이 어떤 메뉴를 시키는 지도 알 수 없어 마케팅 및 메뉴 개발에도 활용할 수 없는 문제 또한 발생한다. 배달앱이라는 관문으로 인하여 고객과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어버리는 것이다. 음식점 점주들은 거대자본력을 가진 배달주문 플랫폼에 종속됭 수밖에 없으며, 소상공인들이 고객의 주문정보를 보유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피해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음식점주에게는 고객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배달 플랫폼이 자신들과 제휴하거나 자신들의 자회사에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연동한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불공정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아마존이 그랬던 것처럼 배달앱 업체가 직접 프렌차이즈 업을 하여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된다면 독점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배달 앱들은 어플을 독점하면서 취득한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여 마케팅에 쉽사리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달앱들은 ‘개인정보보호’,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 ‘범죄의 활용’ 등을 방패 삼아 음식점주에게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얼핏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여 보면 이는 참 치졸한 생각이다. 음식점 소상공인들은 개인정보를 공유받으면 범죄에 악용하고, 자신과 자신들의 제휴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음식점 소상공인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사고인가. 게다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는 대기업 위주로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이러한 생각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것이다.
독점의 문제도 한번 발생하면 그 해결이 쉽지 않으며, 개인정보 보호도 사전적 예방이 중요한 문제이다. 애매모호한 규정들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거대 플랫폼들의 데이터 독점을 규제하여 데이터 시장을 공정화 하면서도,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절실히 필요해질 것이다.
글 / 법률사무소 머스트노우(Mustknow) 대표변호사 조우성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