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공격이 빨라지면서 상대 팀이 효과적인 수비를 펼칠 수 없었을 것이다.”
KB손해보험을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선두로 이끌고 있는 이상열 감독은 28일 인천 방문경기에서 대한항공에 3-1 역전승을 거둔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감독은 “분위기 싸움에서 승리한 게 결정적이었다”면서 “특히 최근 추구하고 있는 빠른 템포의 공격이 선수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을 상대로 ‘고공 폭격’을 선보이고 있는 KB손해보험 케이타(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언뜻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KB손해보험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57.6%를 ‘말리 특급’ 케이타(19)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몰방(沒放) 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팀이니까요. 케이타에게 이렇게 소위 ‘몰방 세트(토스)’를 올릴 수 있는 건 ‘높이’ 덕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닙니다. 케이타 공격이 정말 빨라졌으니 말입니다.
1라운드 6경기에서 케이타의 공격 유형은 ‘심플’ 그 자체였습니다. 케이타는 1라운드 때 공격을 총 409번 시도했는데 이 가운데 52.3%(214번)이 오픈이었고 41.8%(171번)이 백어택이었습니다.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94.1%가 몰방 세트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2라운드가 되면 오픈 공격이 35.2%로 줄어드는 대신 퀵오픈 비중이 4.6%에서 25%로 5.4배 늘어납니다. 케이타가 높이만 있던 선수에서 높고 또 빠른 선수로 거듭났던 것. 이런 변화는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24)와 케이타가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더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결과도 좋습니다. 이날 경기까지 케이타는 퀵오픈을 총 90번 시도해 이를 공격 효율 0.567로 연결했습니다. 공격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 퀵오픈 효율이 케이타보다 높은 건 펠리페(32·OK금융그룹·0.617) 한 명뿐입니다.
KB손해보험은 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시즌 10승에 도전합니다. 만약 KB손해보험이 정말 승리를 거둔다면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으로 2라운드를 선두로 마칠 수 있습니다.
반면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나경복(26)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3연패에 빠진 우리카드는 이날 승점을 1점이라도 따내야 최하위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은 둥글고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KB손해보험이 계속 고속 고공비행을 이어갈까요? 아니면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 우리카드가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