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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맛 똑같게 내는 AI… 백종원도 무릎친 스타트업

입력 | 2020-12-02 03:00:00

대기업 고민 풀어준 스타트업들




빛으로 최적의 짬뽕 국물 맛을 감별하는 휴대용 스캐너를 개발한 스타트업 ‘파이퀀트’ 직원들이 실제 홍콩반점 매장에서 짬뽕 맛 감별 테스트를 하고 있다. 파이퀀트 제공

‘전국 매장에서 짬뽕 맛을 똑같이 유지할 수는 없을까.’

요리연구가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런 고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가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홍콩반점 매장은 전국 213곳에 달한다. 그런데 대표 메뉴인 짬뽕 맛은 매장마다 제각각. 본사 직원이 매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맛을 관리하고 있지만, 시간과 인력 소모가 컸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더본코리아는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기 위해 스타트업 문을 두드렸다. 올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스타트업 경진대회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에 참여한 것. 기존 기업의 문제를 스타트업과 함께 해결할 수 있게 기획한 행사로, 올해 처음 열렸다. 과제 출제부터 심사, 평가까지 모두 기업들이 주도했다.

더본코리아는 짬뽕 맛 감별 과제에 도전한 스타트업 12곳 중 ‘파이퀀트’와 ‘아비네트’ 등 2곳을 지난달 27일 최종 우승 기업으로 선정했다.

백종원

파이퀀트는 물질마다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정도가 다른 특성을 활용해 짬뽕 맛을 감별하는 휴대용 ‘푸드 스캐너’를 선보였다. 파이퀀트는 실제 홍콩반점 서울 용산구 문배지점에서 스캐너를 활용해 조리 전의 국물 원액, 덜 조리된 국물, 너무 졸아 짜진 국물, 적정하게 조리된 국물을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토대로 짬뽕 앞에 스캐너를 대면 짬뽕 국물의 불맛, 단맛, 짠맛, 매운맛 정도가 태블릿PC에 뜨고 본사가 정한 맛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서비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아비네트는 인공지능(AI)으로 음식 조리 과외를 해준다. AI가 돼지고기, 양파 등 재료의 익는 장면을 35단계로 세분화해서 학습한 뒤, 매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조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음성으로 안내를 해준다.

두 기업의 발표를 들은 백 대표는 “솔직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며 “향후 5년 안에 소상공인이 외식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장치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기업들도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모바일 야구 중계에 공을 들이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야구 중계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줄 스타트업을 찾았다. 창업 3년 차 직원 3명에 불과한 ‘랩투아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업체는 경기 영상을 학습한 AI가 9개에 달하는 구종을 미리 예측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중교통은 물론 킥보드, 자전거, 택시, 카셰어링까지 연계해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고, 예약부터 호출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 ‘슈퍼무브’는 SK텔레콤의 낙점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자사 내비게이션인 ‘티맵’을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협업할 스타트업을 물색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티맵모빌리티’(가칭)를 분사하고 슈퍼무브와 본격적으로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밖에 환자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초소형 심전계를 만든 ‘메쥬’(필립스코리아), 영상을 활용한 가상여행 콘텐츠를 개발한 ‘이루다’(KT), 이용자 참여형 음악 감상 콘텐츠를 만든 ‘버시스’(LG디스플레이) 등 총 18곳이 이번에 대기업과 협업 기회를 얻게 됐다. 중기부는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스타트업 18곳을 시상했다. 중기부는 대기업과 협업 단계에 따라 사업화부터 양산까지 스타트업 한 곳당 최대 25억 원을 지원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