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간사이공항
왼쪽은 간사이 공항 조감도다. 깃발처럼 펄럭이는 부분이 공항 몸통이고, 이곳에서 얇게 양 날개가 뻗는다. 오른쪽은 공항 측면 지붕이다. ‘V’자 기둥과 보 가새들을 유심히 보면 중앙에서 부풀고 끝에서 모아진다.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간사이공항은 30년 전에 10조 원(약 1조 엔)을 들여 지었다. 육지에서 5km 떨어진 바다 위에 인공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지었다. 1988년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선임됐다. 공항 형태는 중앙은 두툼하고 양 끝은 길고 얇다. 공항 지붕은 전진하는 파도 같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새 같기도 하고, 배에서 이륙하려는 비행기 같기도 하다.
디자인 초기에 피아노는 현장을 방문해 영감을 받으려 했다. 건축 용지가 들려주는 속삭임을 듣고자 오사카를 찾았으나 담당자는 피아노를 보트에 태워 바다로 나갔다. 피아노가 “대지는 어디 있죠?”라고 물으니, 담당자는 바다 한가운데 보트를 세우고, 물을 가리키며 “여기입니다”라고 했다. 건축가는 어안이 벙벙했다.
간사이공항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1.7km 길이를 덮는 지붕 구조다. 지붕은 파도치는 아치 모양이지만, 날개 끝으로 갈수록 천장고가 낮아져 엄밀히 말하면, 앞뒤로도 휘고 양옆으로도 휘는 이중 곡면이다.
기둥과 보는 공룡 뼈대처럼 희고 얇게 디자인했고, 이를 감싸며 덮는 은색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을 사용했다. 지붕 아래의 유리벽은 처마 끝에 깊이 집어넣어 그림자가 지도록 했다. 표면을 짙게 처리하여 음영을 극대화했다. 그 덕에 세상에서 가장 긴 이 건물은 땅에 뿌리 내린 무거운 요새처럼 보이기보다는 바람을 타고 나는 양탄자처럼 보인다.
건축가 피아노가 온 신경을 쏟은 것은 구조 부재들이 서로 만날 때다. 간사이공항의 구조 부재들은 우리나라 윷처럼 중앙에서 부풀고, 양 끝으로 갈수록 모아진다. 간사이공항의 남다른 탱탱함과 팽팽함은 거기서 비롯한다. 우리가 잊은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고식(古式) 지혜를 노장 건축가는 꿋꿋이 이어왔다.
공항은 한 나라의 대문으로 그것이 손님에게 남기는 첫인상은 강렬하고 오래간다. 간사이공항은 이 점에서 성공했다. 바다 위에 세운 공항은 지진과 태풍과 파도를 이기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고, 공항의 지붕은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오롯이 빛나는 장인정신을 깨운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은 도쿄 나리타공항을 디자인으로 능가한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