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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문닫은 브로드웨이… “셧다운 없이 공연하는 한국 부럽다”

입력 | 2020-12-02 03:00:00

세계 공연계 ‘K방역’ 주목
브로드웨이 회원사 긴급회의
공연 지속하는 한국 비결 논의
똘똘 뭉치는 스태프의 협동심
제작사-개인 방역의지 등 거론



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모습. 미국 뉴욕에 체류 중인 최윤하 PD는 ”고향이나 고국으로 떠났던 제작진들이 최근 하나둘씩 브로드웨이로 복귀하고 있다. 기존 개발하던 작품들을 차분하게 손보고 있으며 웹뮤지컬도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9·11테러 이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죠. 오랜 기간 브로드웨이가 문을 닫은 건 사상 처음일 겁니다.”(최윤하 PD)

토니상 주최 기관이자 공연제작자·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BL)’의 국제위원회원들은 11월 10일(현지 시간)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화상회의를 열었다. 3월부터 모든 공연장 간판을 내린 뒤 최소 내년 5월 30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긴급회의였다. 코로나19가 BL 회의 안건이 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국내 유일의 BL 회원사인 CJ ENM의 뉴욕 주재원으로 회의에 참가한 최윤하 PD는 “공연계는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정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로드웨이의 경우 경제대공황 중에도 극장 40%는 문을 닫지 않았다. 2001년 9·11테러 때도 이틀간 문을 닫았다가 3일째부터 문을 열었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공연은 계속된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최 PD는 “지금 세계 공연계의 심리·경제적 충격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샬럿 세인트 마틴 BL 회장도 앞서 “9만7000여 명의 노동자와 연간 148억 달러의 경제파급력을 가진 브로드웨이가 위기를 딛고 최대한 빨리 공연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BL 회의에서 ‘셧다운’ 없이 유일하게 공연을 지속하는 한국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롤모델이었다. 현지 인기작 위주로 진행하던 회의 판도가 달라진 것. 최 PD는 “늘 새로움을 찾는 브로드웨이는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의 활약에 이어 애틀랜타에서 열린 국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방역에 선방하며 공연을 지속하는 비결이 활발히 논의됐다. 해외 참가자들은 정보기술(IT), 마스크 착용, 정부의 빠른 초기 대응 등을 요인으로 들며 한국의 모범 사례를 이미 분석해놓은 상태였다. 최 PD는 “패널들은 한국에서라도 이어지는 공연을 지켜보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나는 위기에 똘똘 뭉치는 스태프의 협동심도 ‘선방 비결’로 꼽았다”고 했다.

해외 공연계는 여전히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멕시코 최대 공연 제작사 오세사의 줄리에타 곤살레스 대표이사는 “뮤지컬 ‘알라딘’은 1년 연기됐으며 직원의 45%는 무급 휴직 상태다. 팬데믹 확산세를 잡기 어렵다. 정부보다 개별 제작사나 개인의 방역 노력에 의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본은 극장 셧다운 이후 5000명 미만의 공연장에서 좌석 거리 두기 해제를 실험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예술 활동 소비를 장려하는 정부 의도가 반영됐다.

팬데믹에 비교적 선방한 독일은 작품 내용에 ‘코로나 프로토콜’을 반영할 예정이다. 배우 간 키스 장면과 깨무는 장면이 금지된다. 뱀파이어 소재의 ‘Dance of Vampire’를 준비하는 제작진은 장면 수정을 고민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도 제작 인원을 최소화하고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코로나 버전’을 준비한다.

철저한 방역 및 봉쇄정책을 펼친 호주는 좌석 거리 두기 없이 내년 공연을 열 예정이다. 뮤지컬 ‘겨울왕국’ 오디션이 진행 중이며 ‘물랑루즈’ ‘해리포터’ ‘해밀턴’ 등 대작들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최 PD는 “현재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호주가 주요 공연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코로나19와 흑인인권운동의 확산이 백인 위주로 흘러가던 브로드웨이의 풍토를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최 PD는 전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