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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줄이는 ‘脫석탄 금고’ 실행… 지자체 등 56개 기관 참여 이끌어

입력 | 2020-12-03 03:00:00

[그린뉴딜, 지방정부가 이끈다]脫석탄 정책 선도하는 충남
동아시아 최초 ‘기후 비상상황’ 선포
“충남 지방정부가 주도한 환경정책, 脫석탄 고민하는 나라에 모범 될 것”




올해 말 조기 폐쇄를 앞둔 보령화력발전 1, 2호기(왼쪽의 낮은 굴뚝 2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석탄화력 발전시설이 있는 충남도는 지난해 동아시아 도시 중 가장 먼저 ‘기후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탈석탄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개념) 달성을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충청남도의 움직임은 독보적이다. 충남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탈석탄 정책을 선도적으로 실행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충남에는 국내 석탄화력발전 60기 중 절반인 30기가 몰려 있다.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배출량의 25%(1억7700만 t·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석탄발전에서 나온다. 자연스럽게 시민단체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지역 전체로 공감대가 퍼졌다. 그 결과 충남은 2019년 동아시아 도시 중 최초로 ‘기후 비상상황’을 선포하며 기후변화 대응 선도 지역으로 발돋움했다.


○ ‘탈석탄 금고’로 영향력 확대
충남의 탈석탄 흐름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내 최초로 탈석탄을 주제로 한 국제 행사인 ‘탈석탄 기후위기 대응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콘퍼런스는 올해까지 4회째 이어지고 있다. 2018년에는 국가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탈석탄 동맹(PPCA)’에 아시아 도시 중 처음으로 가입하며 “2050년까지 석탄발전 30기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보령화력발전 1, 2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보령화력발전 1, 2호기는 당초 폐쇄 예정이었던 2022년 5월보다 시기를 앞당겨 이달 폐쇄된다.

또 충남은 지난해부터 석탄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탈석탄 금고’ 정책을 실행했다. 지자체는 통상 시중 금융기관을 선정해 세입과 세출, 각종 기금 운용 등을 맡긴다. 금고 운용을 맡기는 것이다. 다루는 돈이 많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충남도는 금융기관 선정 평가 항목에 석탄발전 투자 여부를 넣어 석탄발전에 투자를 많이 한 곳은 금고 운용을 맡기 어렵게 했다.

다른 지자체의 참여가 잇따랐다. 대구 대전 울산 등 7개 광역지자체와 서울 부산 인천 등 11개 시도 교육청 등 지금까지 ‘탈석탄 금고’를 선언한 곳은 56개에 이른다. 이들 금고의 연간 재정 규모는 148조 원. 금융권도 움직였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석탄발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선언을 내놓았다.


○ ‘정의로운 전환’까지 성공해야
이와 같은 충남의 탈석탄 정책은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거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정책을 제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지방정부가 행동으로 나섰을 때 실제 산업계와 금융계, 다른 지자체에 연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충남의 탈석탄 경험은 석탄발전 감축을 고민하는 다른 나라에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충남은 어떻게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낼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부터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TF’를 만들어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예측하고 있다. 석탄발전을 폐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실업 문제, 도의 세수 감소 규모 등을 우선 정리하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이제는 자영업과 정규직, 비정규직 등 직업 형태별로 세분해 예상되는 파급력을 파악하고, 석탄폐쇄 단계에 따른 연도별 시나리오를 작성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린뉴딜에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마련해 변화가 큰 지역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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